인생을 아름답게 편집하기
우리는 언제 죽음을 맞이할지 모른다. 단지 오늘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각자의 죽음 앞으로 하루 더 다가갔다는 것을 알 뿐이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모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들을 조합하여 조금 다른 것을 만들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바꿀 수 없다. 오늘 길을 걷다가 만날 수도 있는 빌런을 내 동선에서 미리 제거할 수 없다. 부모를 선택할 수도 없다. 자녀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다. 수많은 것들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졌고, 앞으로도 주어질 것이다.
나는 인생이 마치 빠져나갈 수 없는 영화관에 갇힌 상태에서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무조건 봐야만 하는 상황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재미있는 영화, 지루한 영화, 이해가 안 되는 영화, 공포영화, 따뜻한 영화, 슬픈 영화, 복수하는 영화 등등 나의 선택과는 상관없이 랜덤으로 틀어지는 영화 말이다. 이처럼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당장 1초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태로...
이런 환경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하여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먼저 나의 주변 환경을 모두 내 마음대로 만들려고 하는 창조주적 삶을 빨리 포기해야 한다. 그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나에게 주어지는 복잡한 사건들을 편집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훌륭한 편집자의 삶을 살고자 노력해야 한다. 좋은 기억들을 크게 편집해서 한가운데 잘 보이도록 크게 배치해 두고, 좋지 않은 경험들은 작게 편집해서 구석으로 몰아두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유치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뇌는 이미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뇌는 우리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억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꿈을 꿀 때 대부분의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뇌가 이미 필터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이것이 일종의 자기 방어 메커니즘이라고 말한다. 감정적으로 혼란스러운 경험들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뇌가 의도적으로 잊어버리는 것이다.
믿음과 생각으로 뇌를 속일 수 있다는 개념은 여러 심리학과 신경과학 분야에서 이미 많이 연구되었다. 스스로의 결정을 통하여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부정적인 부분은 축소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 속에 있다는 말이다. 어떤 이는 스스로를 괴롭히는 생각들을 더 확대 편집하여 고통을 받으며 살아간다. 어떤 이는 스스로를 기쁘고 행복하게 했던 일을 확대 편집하여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편집할 수 있는 편집자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심박수가 빨리 지면 불안을 느낄까? 아니면 불안해질 때 심박수가 빨라질까? 이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이중 과정 이론'에 따르면 심장이 빨리 뛰는 상황에서, 우리가 이것을 '위협'으로 해석하면 불안을 느끼고, '운동 후 반응'으로 해석하면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서, 심박수가 빨라지더라도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서 감정이 달라질 수 있음을 말한다.
우리의 해석에 따라 감정이 달라질 수 있다.
파리 올림픽에서 양궁 경기를 보고 있던 때의 일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강인 종목이니 당연히 금메달을 기대하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금메달에 가까워질수록 나의 심박수는 점점 더 빨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놀랍게도, 가장 긴장할 것 같은 현장의 선수들은 나와 반대로 아주 낮은 심박수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아, 이 선수들이야말로 진정으로 멋진 편집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구나.’
경기를 하면서 얼마나 두려운 경험을 많이 하였을까? 얼마나 많은 실수와 스스로 싸워냈을까? 트라우마가 왜 없겠는가? 징크스가 왜 없겠는가? 그러나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다양한 상황 속에서 자신을 무너뜨릴 수 있는 생각들은 모두 편집하고, 끊임없는 훈련을 통하여 저렇게 긴장되는 순간 속에서도 심박수조차 요동치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하니 그들이 너무 대단해 보였다. 나는 그들은 '뇌 속이기 전문가'라는 다소 엉뚱한 별명을 붙여주고 싶다.
이전보다 더 나은, 그리고 더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훌륭한 편집자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창조주가 아니기 때문에 인생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들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과 경험을 편집하여 재구성할 수 있는 힘은 우리 안에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생각과 기억이 우리가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불가피하게 주어지는 어려움이나 고통스러운 순간들 속에서도,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기억할지 선택할 수 있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영화 속에서 편집의 주도권을 잡는 순간, 우리는 창조주가 아니지만 창조주에게 허락받은 멋진 편집자로서 삶을 살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편집은 우리가 기억하는 순간의 해석에서 시작된다. 결국 우리의 행복은 주어진 사건이 아닌, 그 사건을 어떻게 편집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 나는 어떤 편집자가 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