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파일

by 제난희

엑스는 거실에서 드라마를 보며 웃고 있는 엄마의 표정을 살펴본다.


‘지금?’ 잠시 머뭇거리더니 에잇 하며 엄마에게 말하면서 신발장으로 달려나간다.


“엄마, 놀이터 다녀올게요!”

“그래. 너무 늦지 말고~ 하하하하.”

‘야호, 성공이다!’

“네!”


오늘은 단숨에 허락을 받았다.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엑스는 날이 갈수록 놀이터 가기 허락받기의 달인이 되어갔다.


신발을 신고 1분 1초라도 더 놀고 싶은 마음에 전속력으로 바람을 가르며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놀이터까지 단숨에 도착했다. 낡고 오래된 작은 아파트 단지 속 볼품없는 놀이터였지만, 엑스의 눈에는 놀기 좋은 놀이터로만 보였다.


놀이터에 도착한 엑스는 먼저 놀이터를 둘러보았다. 아직 아무도 없었다. 엑스는 친구가 없는 것에 심심해하지 않았다. 오늘 놀이터는 엑스의 차지다.


그네를 제일 먼저 타고, 한참을 타다가 지루해졌는지 미끄럼틀을 타고, 정글짐을 타고, 뺑뺑이도 탔다. 누가 돌려줄 사람이 없어서 두 손으로 페인트가 칠해진 뺑뺑이 손잡이를 야무지게 잡고 두 발은 땅에 내려 열심히 구르며 뺑뺑이를 돌렸다. 그러다 한순간 척 하고 두 발을 뺑뺑이 위에 점프해 올리면, 뺑뺑이는 한참을 빙글빙글 돌다가 천천히 멈춘다.


완전히 멈추기 전, 엑스는 다시 달려가 또다시 타기를 반복했다.


놀이기구를 한참 타다가 지루해지면 모래놀이를 했다. 사람들이 몇 시간 동안 오지 않았는지 발자국이나 젖은 모래 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엑스는 손톱 사이에 모래가 껴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땅을 파서 함정을 만들었다. 하얀 모래 속에는 젖은 축축한 모래들이 숨어 있었고, 그 모래들이 엑스 주변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엑스는 파진 구멍 위에 어디서 구해온 신문지 한 장을 가지런히 올려두고, 주변에 젖은 모래로 단단히 눌러 고정했다. 그리고 마른 모래를 손으로 살살 모아 신문지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솔솔솔 뿌려주면 금세 진짜 땅처럼 보였다.


“완벽해!”


누군가가 빠져 놀라거나 울 걸 생각하면, 자신의 함정이 완벽하다는 사실에 무척 뿌듯했다.


하지만 오늘은 놀이터가 조용한 날이었다. 아무도 놀이터에 오지 않았다. 그래도 엑스는 개의치 않고 놀았다. 엑스는 심심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모래놀이에 푹 빠져 두꺼비집도 만들고, 만들다가 반대쪽이 구멍이 나버리면 터널이라며 더 파내 통로를 만들고 길을 냈다. 만들면서 자기가 조그마해져 그 안을 다닌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얼마나 모래놀이를 했을까. 무심코 하늘을 바라보니 깜깜한 밤이었다. 몇 시인지 몰랐다. 언제부터 어두워졌는지도 알 수 없었다.


‘벌써 밤이라고? 분명 아까까진 햇님이 있었는데… 햇님이 날 속인 건가? 아님 달님이 속인 걸까?’


너무 집중했는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놀았던 엑스는 오늘 하루가 너무 짧게 느껴져서 아쉬울 뿐이었다.


아쉬운 마음도 잠시, 분명 엄마가 깜깜해져서 집에 오면 혼낸다고 했는데, 혼나기 전에 얼른 집에 가야겠다 생각하며 철봉에 걸어둔 잠바를 가지러 모래 위에서 일어섰다.


‘어? 이상하다. 분명 여기 놔뒀는데. 오늘 놀이터에 아무도 없었는데. 누가 가져갔나? 어쩌지? 깜깜해지면 혼난다 했는데, 옷까지 잃어버리면 더 많이 혼나겠지? 저번에도 잠바를 잃어버려서 엄청 혼났는데….’


엑스의 머릿속은 갑자기 복잡해졌다.


‘……집으로 가지 말까?’


그 순간, 저 멀리서 반짝반짝 빛이 보였다. 형형색색의 빛이었는데, 분명 비행기 불빛은 아니었다. 점점 가까이 오는 느낌이었고, 속도는 무척 빨랐다.


그 빛들은 점점 더 선명해지더니 빙글빙글 돌면서 엑스 앞까지 날아왔다. 눈 깜짝할 새 다가와 잠시 머물렀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물체는 말했다.


“나를 본 건 비밀이야. 그럼 나도 널 본 걸 비밀로 해줄게!”


소리로 말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정말 그렇게 말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그렇게 엑스에게 전해졌다.


엑스는 잠바를 잃어버렸다는 사실도 깜빡했다.

엄청난 비밀이 생긴 엑스는 그렇게 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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