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by 제난희


여기가 어디지, 잠에서 깨어났다.

달콤한 냄새가 가득하다. 향긋한 과일 향과 꽃 향기도 나는 듯하다. 기분이 좋아진다.

적절하게 시원한 공기가 나를 부드럽게 감싼다.


하얀 피부를 가진 그녀가 다가온다.

뽀얗고 길다란 손가락을 가진 그녀의 손은 나를 소중하게 대한다.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살짝 뜨니 그녀는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웃는다. 나도 웃는다.

그녀의 선분홍 입술은 빨대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쭉 마신다. 귀엽다.


그녀의 코끝이 어느새 내 곁으로 가까이 왔다.

그녀의 숨결이 나를 간지럽힌다.

그녀의 향기가 전해진다. 그녀에게서 좋은 향기가 난다.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악!’


차갑고 단단한 무언가가 나를 도려낸다.

“너무 아파, 그만!…”


눈을 떠보니 그녀가 나를 먹고 있었다.

정확하게 나를 퍼먹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보이지 않는가 보다.


나는 너무 아팠다. 나는 울부짖었다.

그녀는 무척 행복해 보였다.

나를 한입 먹고 쓴 커피를 한 모금 하더니 미소를 짓는다.


그녀의 포크가 내 살을 파고들 때, 부드럽게 무너지며 크림이 흘러내렸다.

포크가 한 조각을 떠내자 초콜릿 시트가 갈라지고, 속살에 박힌 빨간 딸기 한 알이 터져 붉은 빛이 번졌다.

그녀는 그 조각을 입에 넣고, 이빨로 단단히 깨물었다.


나는 부서지는 소리를 온몸으로 들었다.

크림은 혀끝에서 녹아내렸고, 딸기의 신맛과 설탕의 달콤함이 뒤섞였다.

그녀의 입술이 닿자 설탕 가루가 흩어지고, 딸기 조각이 터지며 달콤한 향이 퍼졌다.

내 살점은 혀끝에서 녹아 사라졌고, 초콜릿의 달콤쌉싸래함이 커피의 쓴맛과 섞였다.

그녀의 입술 사이로 내 조각이 사라질 때, 나는 더 이상 나일 수 없었다.


그녀가 행복해질수록, 포크는 다시 내게 왔다.

이번엔 가장자리에 묻어 있던 초콜릿 코팅이 잘려 나갔다.

그녀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가 보다.


나를 먹을수록 그녀는 행복해졌고, 그만큼 나의 고통은 심해졌다.

그렇게 나는 점점 사라져갔다.

그녀의 귀여운 입술 주변에 묻은 나의 일부를 혀로 낼름 훔친다.


마지막 한입이 남았다.

이대로 먹어버리면 나는 사라진다.

이젠 괜찮다. 우린 이제 진짜 하나가 되는거다.


사랑했어.

행복해.

안녕.


.

.

.

.


“아~ 너무 배부르다, 살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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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