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란 말 앞에 아주아주 희미하게 숨이란 말이 보인다
점자로 더듬는
안 나오는 볼펜 자국이다
엉덩이를 찰싹
세상의 첫 숨을 마시며 울음을 터뜨린 건
생의 냉기를 입은 것
말이 되는지 모르면서
떠도는 것들을 적어 내린 문장엔
쉼표가 없었다
숨표와 쉼표는 다르다는데
악보를 펼치니 쉼표뒤에 찍힌 숨표
지금이야
너는 지금을 산다고
허파에 스미는 들숨을 알아차린다
한 호흡씩 과거로 밀려나간다
언젠가 쉼 속에 숨이 없는 날
안식의 영지로
숨조차 없는 쉼으로 간다
바람의 숨으로 돌아가
악보가 없는 곳에서 노래가 된다
온쉼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