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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나 : 숲의 수호자들 (15편)

토리의 성장과 돌무더기 함정

by 아르망

“휴우, 오늘도 훈련이구나…”


숲의 아침이 환한 미소처럼 밝아오면,
자경단 본부에는 어김없이

토리의 한숨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토리는 아침부터 쉴 틈 없이,

어제 주워온 덩굴을 꼬고 있었습니다.
본부 구석에서 나뭇가지와 돌멩이로
무언가를 만들고, 묶고,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연습이었고, 그렇게 매일

작은 훈련이 계속되었습니다.


“오늘의 미션!”

루칸이 덫을 가지고 와서 토리의 앞에

놓고 말했습니다.
“이건 진짜 족제비들이 쓰는 방법이야.

네가 풀어봐!”


토리는 한참을 엎드려,

낡은 덫의 구조를 살폈습니다.

뿌리와 나뭇잎으로 위장하고,

쇠줄을 거미줄처럼 엮은 단순한 장치였지만
살짝만 건드려도 '푸직'하는 소리와 함께

덫이 닫혔습니다.


“여기… 이 뿌리랑 돌멩이를 이렇게 걸면,
무게중심이 바뀌어서..
토리는 떨리는 손으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여기를 빼면… 풀린다!”


실수할 뻔한 바로 그 순간,

찰칵—
덫은 조용히 풀렸고,
지켜보던 릴리와 루칸이 감탄을 터뜨렸습니다.


“어라, 신입이 생각보다 똑똑한데?”

“오~ 어떻게 알았지?”


토리는 잠시 멈칫하다가,

“어릴 때 깊은 숲 속에 자주 놀러 갔다가,

덫에 많이 걸려봐서요…”


리나가 옆을 지나가면서 보일 듯 말 듯

옅은 미소를 띠었습니다.



해가 중천에 오르면, 바르크와 토리가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숲 열 바퀴, 멈추지 말고 끝까지 뛰는 거다!"


숲길을 따라 숨이 턱에 차도록 달렸지만,
멈추고 싶을 때마다 바르크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토리! 조금만 더! 힘이 아니라,

마음으로 버티는 거야!”


멀리서 릴리가 손을 흔들었습니다.

“포기하지 마, 토리! 바람은 항상

끝까지 불어야 진짜 태풍 같지!”


토리는 늘 꼴찌였지요.
릴리와 루칸, 바르크가 모두 앞서 달려가면
토리는 헉헉거리며 가장 늦게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하루씩 지날 때마다,
토리는 어느새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이제… 한 바퀴만 더…”


릴리가 놀란 눈으로 손뼉을 쳤다.
“신입, 너 은근히 질긴 면이 있다?”
토리는 땀에 젖은 얼굴로 쑥스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한 번 포기하면, 다시 시작하는 게 더 힘드니까요…”


벨라도 웃으며 토리에게 물 한 잔을 건넸습니다.

“넌 처음엔 제일 약해 보였는데,
포기하지 않는 아이로구나.”


시간이 흐르면서

토리의 손끝도 점점 바빠졌습니다.
나뭇가지를 엮어 작은 집게를 만들고,
실뿌리로 물통 걸이를 만들고,
돌멩이와 나뭇잎으로 간이 알람장치를 만드는 법도
조금씩 익혀나갔습니다.


릴리가 감탄하며 소리쳤습니다.
“우와! 이거면 내 물건들도

다 예쁘게 정리할 수 있겠네!”


루칸도 냉정하게 점검하며 칭찬해 주었습니다.
“이 정도면, 족제비들이 쳐놓은 덫도

네가 다 해제할 수 있겠어.”


하지만 아직 서툰 토리는
연습하다 손에 작은 상처도 많이 내고,
장치가 터지거나 엉뚱하게 발동되어
동굴 안에 잡동사니들이 한가득

굴러다닌 적도 많았지요.


벨라는 그때마다 따뜻한 손으로

그 상처를 싸매주며 말했습니다.
“아직 서툴러도 괜찮아.
너는 이 숲에서 제일 재주 많은 아이가 될 거니까.”


토리는 벨라의 그 말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나도.. 이제 이 자경단의 일부가 되어가나 봐'



그렇게 수많은 날이 지난 어느 날 아침,
본부 회의가 조용한 긴장 속에 시작되었습니다.


루칸이 여느 때처럼 먼저 정보 브리핑을 했습니다.


"블롯 도시 동쪽 외곽에 숨겨진 창고가 하나 있어.

거기에 어젯밤 수상한 짐꾸러미들이 배달되었대.

분명 카르 일당이 무언가 꾸미고 있어."


"기다리던 작전을 오늘 시작한다."

리나의 단호한 말에 모두들 눈이 반짝였습니다.


"슬슬 몸이 근질거리던 참이었는데

드디어 작전 시작이로군!!"

바로크가 힘차게 외쳤습니다.


루칸이 이어서 덧붙였습니다.
“어젯밤, 숲 외곽에 있는 강 상류지역을

정찰한 참새들 중 하나가

이상한 돌무더기를 발견했다고 연락 왔어.
인위적으로 쌓은 흔적이래.
주변에는 청설모 발자국도 있었다고…

그런 깊은 곳에는 청설모들이 잘 안 오는데,

뭔가 수상해.”


토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습니다.
“청설모.. 발자국이라고요?

혹시… 솔이일지도 몰라요!

거기가 어디예요? 전 거기 가야 해요!!”


"안돼. 오늘 작전을 위해 준비할 게 많아."

라나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제발요~~ 솔이는 어릴 적부터 모든 것을

나와 함께한 소중한 친구란 말이에요.

최대한 빨리 갔다 올게요! 제발 부탁이에요!!"


"혹시 카르 일당과 연관성이 있는 건 아닌지

한 번 살펴보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루칸도 진지한 눈빛으로 옆에서 거들었습니다.


간곡한 토리의 부탁과 루칸의 말을 들은

리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아, 그럼 최대한 빨리 갔다 와.

릴리, 루칸 너희들도 같이 가.”


"넵~대장님~얘 안 잃어버리게

우리가 잘 돌볼게요~헤헷"

릴리가 명랑하게 경례를 하며 토리를 이끌었습니다.


ChatGPT Image 2025년 6월 22일 오후 04_12_43.png


안개가 자욱한 이른 아침,
릴리, 루칸, 토리는 새로운 길로 들어섰습니다.
발밑의 낙엽이 부스럭, 부스럭—

하는 소리만이 숲 속에 크게 울려 퍼졌습니다.


신중한 기척으로 조심스럽게 걷는 루칸,
호기심과 긴장에 번갈아 눈빛이 번쩍이는 릴리,
그리고 잔뜩 움츠린 어깨에
자기도 모르게 손을 불끈 쥔 토리.


릴리는 웬일인지 말이 없었습니다.
발끝으로 바람의 흐름과
토양의 결을 읽는 듯,
한 번 한 번 길을 틀 때마다
주변을 예리하게 훑었습니다.


“저기, 풀잎이 조금 구겨졌네.

누군가 여길 지난 거야.”

릴리는 어느새 활을 손에 쥐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습니다.


장난스럽게 보이던 평소와 달리
오늘은 눈빛이 매서웠습니다.

“이런 날은, 꼭 무언가가 숨어있더라… 조심해, 둘 다.”


토리는 숨을 삼키며
걷는 걸음마다 작은 긴장에 몸이 굳었습니다.
‘이렇게 깊은 곳에 솔이가.. 정말 왔을까?’
마음속엔 친구의 미소와,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날의 모습이 자꾸만 겹쳐졌습니다.



한참을 걸어가던 그들의 눈에 드디어 돌무더기가 저 멀리 나타났습니다!
루칸이 낮게 손을 들어 올리며 동료들에게 신호를 보냈습니다.

“여기서부터 조심해.
발자국, 흔적, 모두 놓치지 말자.”


세 사람은 숨을 죽이고 살금살금 걸어
돌무더기 주변을 조심스럽게 살폈습니다.

릴리는 바닥의 흙을 손끝으로 집어 냄새를 맡았습니다.


릴리가 코를 킁킁대며 말했습니다.
“이 냄새, 분명 오래된 건 아니야.
누군가 최근에 이 근처에 머문 것 같아.”


루칸은 주변의 나뭇가지,

특히 꺾인 가지와
흙 위의 눌린 자국들을 꼼꼼히 훑어보았습니다.

“이건.. 족제비들이 남긴 흔적이야.
누군가가 여기서 오랫동안 주변을 살폈다는 증거야.”


릴리는, 숨을 죽이고
주변의 나뭇잎과 풀,
그리고 돌무더기 사이에 은밀하게 숨긴
쇠줄을 조심스레 들어 올려보았습니다.


“여기, 쇠줄이 묶여 있어..
함정이야!!
이 족제비 녀석들,
점점 더 교묘해지는 것 같아…”


토리는 한순간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여기… 누군가 일부러

솔이의 흔적을 남겨두고
우릴 유인한 걸까?"


그 순간, 릴리가 귀를 쫑긋거리며 속삭였습니다.

쉿, 조용히 해봐. 뭔가…”


릴리는 곧장 몸을 낮추며

토리를 자기 쪽으로 잡아끌었습니다.

“위험해! 토리, 뒤로 와.”


어느새 릴리는 활시위를 곧게 당기고
주위를 예민하게 살폈습니다.

루칸도 허리를 낮추고 무기를 꺼내 들었습니다.


멀리서 아주 희미하게
낙엽을 밟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토리는 한 걸음 물러서며
뭔가 불길한 예감에 온몸이 굳었습니다.



숲 어딘가,
덩굴 뒤, 바위 뒤,
족제비들의 은밀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듯했습니다.



한편 본부에는
리나가 지도를 펼치고,
바르크와 벨라와 함께 작전 준비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물품을 챙기고 작전 계획을 짜던

리나는 문득 시계를 보았습니다.


바르크가 팔짱을 낀 채
동굴 입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습니다.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데…

이상하군.”


벨라는 리나의 지도를 보면서도
토리와 릴리, 루칸이
무사히 돌아오길 속으로 바랬습니다.


리나는 창밖 먼 숲을 응시하며
애써 표정을 감췄지만,
그 손끝은
자신도 모르게 지도 위를
조용히 문지르고 있었습니다.


"뭔가..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

(다음 편 '토리의 활약과 동쪽 창고 작전'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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