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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나 : 숲의 수호자들 (16편)

토리의 활약과 동쪽 창고 작전

by 아르망

안개가 마치 오래된 꿈결처럼

숲에 내려앉은 아침,
릴리와 루칸 그리고 토리는 족제비들의

포위망 한가운데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휘파람 소리 같은 그들의

웃음소리는 귓가에

스며들어 음산한 느낌을 더했습니다.


“이쪽이다!

이번엔 신참까지 세 명이나 잡겠군! 크크.”


“오늘 포획률 최고네~.

여우 두목님이 기뻐하시겠어.”


루칸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위를 바라보고 있었고,

릴리는 언제든 활시위를 당길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토리도 바짝 굳은 어깨로 숨을 삼켰습니다.

그러나 어디서 왔는지 모를 자신만만함

또한 얼굴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동안 족제비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덫과 도구들을
훈련 시간마다 직접 수집해,
작은 가방 안에 조심스럽게 챙겨두었던 것입니다.


포위망이 점점 좁혀지자,

토리는 가방 속을 손끝으로 더듬으며
한 번, 두 번—자신이 준비해 온 모든 걸

머릿속에 되짚어봅니다.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오늘이 바로 그날이야!’



토리는 가방에서 족제비 전용 연막탄을 꺼내더니,

아주 세밀하게 바람 방향까지 읽으며

연막탄을 던질 위치를 잡았습니다.

토리가 속삭였습니다.


“릴리, 루칸. 이거 한 번 써볼게요.
바람이 이쪽으로 불어요—딱 맞게 터뜨리면,
우린 이 틈에 빠져나갈 수 있을 거예요.”


릴리와 루칸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습니다.

“헉, 족제비 연막탄?"
"너, 대체 언제 이런 걸 챙겨 왔어?”


토리는 긴장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습니다.

“훈련 때 하나씩 모아둔 거예요.
이제야 써먹네요… 헤헷”


릴리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렸습니다.

족제비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잽싸게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어이, 족제비씨들!

근데 너희 오늘은 어쩐 일로

숨어서 살금살금 오니?

무슨 깜짝쇼라도 준비했나 보지?”


그 소리에 맨 앞에 있던 족제비들이

와락 달려들었습니다.


루칸이 뒤돌아보며 '지금이야'

라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토리가 잽싸게 연막탄의 뚜껑을 열어

족제비들에게로 던졌습니다.

“쉭—”
연기가 순식간에 퍼지며,
숲의 안개와 뒤섞여 족제비 포위망이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뭐야? 연막탄이 터졌다!!”


“안개랑 섞여서 아무것도 안 보여!”


“헉, 내 꼬리!! 누가 밟았어!!”


족제비들이 정신없는 틈을 노려

토리는 가방에서 덫을 네 개 꺼냈습니다.

연습하며 만들어놓은 족제비 전용 덫이었습니다!


혼란스러워하는 족제비들 사이로

덫을 던지자마자 여기저기서

철컥, 철컥하는 소리가 들리며

넘어지는 족제비들이 보였습니다.



“릴리, 지금이야!”
루칸이 신호를 보내자
릴리가 족제비들의 다리를 향하여 활을 쏘았습니다.


이제 족제비들의 포위망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루칸이 ‘나뭇잎 위장망’을
동료들 위에 펼쳐서

족제비들이 쓰러져 생겨난

빈틈으로 재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어디 갔어?!”
“아까 저쪽으로—아냐, 이쪽이야!”
“연막이 너무 심해서 아무것도 안 보여!”


명은 안개 사이를 비집고
바닥을 덮은 낙엽과 풀잎을 밟으며,
허둥지둥하는 족제비들의 포위망을

순식간에 뚫고 숲의 어둑한 길로 달렸습니다.


“어, 어딨어?!”
“덫이 안 풀려!”
“이 녀석들, 그냥 보낼 줄 알아?!”


혼비백산한 족제비들의 목소리가 퍼졌지만
세 친구는 이미 숲 안쪽으로 깊숙이 달아나
심장을 쿵쾅거리며, 가쁜 숨을 내쉬었지요.


“이야, 이거 완전 대탈출인데?
토리, 너 이번에 대박이었어!”


토리도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는 듯 방긋 웃었습니다.

“연습만이 살 길이랄까요… 하하!”



숲 사이로 토리와 릴리, 루칸이

헐레벌떡 달려오는 모습을 발견하자,

리나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오, 돌아왔군!

역시 우리 자경단은 만만치 않다니까!”

바르크도 양팔을 벌리며 외쳤습니다.


벨라는 동료들을 조심스레 살피며

따뜻하게 말했습니다.

멋지구나, 우리 포기하지 않는 다람쥐 토리.”


토리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오늘은,

그동안 배운 걸 제대로 써먹어봤어요. 헤헤”


리나가 환하게 모두를 맞아주며

어깨를 감싸주고 안아주었습니다.

의외의 리나 모습에 릴리도 루칸도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지요.


잠시 뒤 릴리가 어떻게 족제비들의 포위망을 뚫고 탈출했는지 신나게 떠들어대자,

모두 감탄하는 표정으로 토리를 쳐다보았습니다.


토리는 쑥스러운 듯이 얼굴을 붉혔습니다.


그런 토리를 바라보는 리나의 눈길에

따스함이 묻어났지요.



이윽고 리나는 모두를 모아 가만히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자, 이제 시간이 없으니 바로 작전을 시작하자.

오늘, 동쪽 창고에서 무언가 큰 거래가 이뤄진다.

루칸은 나와 잠입을, 릴리는 원거리 지원을 맡는다.

바르크, 넌 정면 공격. 벨라는 부상자를 대비해 대기.

토리, 넌 덫 해체와 연막탄을 맡아.”


모두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릴리가 토리 옆구리를 쿡 찌르며 말했습니다.


“이제 진짜 자경단답네, 신입!

이제 더 강력해진 실전이야, 실전!”


토리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한 번 포기하면, 다시 시작하는 게 더 힘들어—

오늘은 절대 멈추지 않겠어!"


자경단 일행은 신속하게

동쪽 창고를 향하여 달려갔습니다.

이윽고 저 멀리 숲 사이에 거대한

창고 건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예상한 대로 많은 수의

족제비들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리나가 손짓하자, 모두들 몸을 낮추고

풀숲 사이로 숨었습니다.


멀리 창고 안쪽에서는 족제비 갱단의 쉰 목소리와,

수상한 짐꾸러미를 옮기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리나는 모두에게 마지막 신호를 보냈습니다.


“자, 모두들 준비.
오늘 아무도 다치지 않고

끝까지 함께 임무를 완수한다.”


바람이 숲을 한 번 휘감더니,
곧이어 달빛 한 줄기가

자경단이 숨어 있는 풀숲 위로 스며들었습니다.


그 순간—모든 것이 멈춘 듯

고요한 정적이 찾아왔지만,

12개의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하나 되어 뜨겁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다음 편—‘동쪽 창고의 어두운 그림자’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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