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베어무는 아이들
햇살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주말 오후.
나무 그늘 아래 작은 바람도 숨어들 때면,
“아이스크림 사주세요~!”
네 개의 목소리가 거의 동시에 쏟아집니다.
'아이스크림'이라는 단어가 아이들의 눈에 마법의 가루를 뿌려놓은 듯
저를 쳐다보는 아이들의 얼굴이 눈부실 정도로 반짝거렸습니다!!
한참을 뛰어놀아 땀에 젖은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각자 원하는 아이스크림 이름을 마구마구 외치지요.
귀가 따가울 지경이었습니다.
한 아이는 하드바, 또 한 명은 쭈쭈바,
셋째는 “딸기랑 초코 들어간 거!”를 외치고,
막내는 발음이 서툴러 “우우리~!(꿀꿀이)”
하며 돼지 소리를 냅니다.(돼지바 좋아함)
아이들은 분명하고 강렬한 소망을 담아 말합니다.
정말이지, 저 간절한 외침 앞에서는
어떤 철학과 논리도, 결심도 무장해제되고 맙니다.
작은 손안에 쥔 하나의 막대 아이스크림이
이 아이들에게는 마치
한여름의 축제처럼 다가온다는 걸
저는 너무나 잘 알기에—
"그래, 가자! 집 앞 가게로~!"
“야호오~~~!!”
신이 난 아이들은 날개라도 단 듯 신발로 달려갑니다.
가게에 도착해서 진열대 앞에서도
이것저것 손에 집었다 놓았다 하면서
행복한 고민이 오갑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오자마자,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듯 재빨리 봉지를 뜯고는
각자의 조그만 입으로 순식간에 베어뭅니다.
아아, 저 행복한 표정들.
모험가가 오래된 지도를 따라
수많은 날을 탐험하다
드디어 보물을 찾아낸 듯한,
감탄과 기쁨이 어우러진 저 찬란한 얼굴들.
입가엔 이미 아이스크림 범벅이 되었습니다.
손등엔 녹은 아이스크림 자국,
양 볼과 입술엔 초코와 딸기, 멜론색까지 뒤섞여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존재들처럼 보입니다.
‘아이스크림 행성에서 온 아이들’
같은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오지요.
“형아 한 입~”
“나도 한 입!”
서로 한입씩 나눠먹기도 하고,
누구 아이스크림이 더 맛있는지
진지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난 멜론 맛이 최고야!"
"나는 딸기!"
저는 아이들이 아이스크림 먹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그저 작은 간식인 줄로만 알았던 아이스크림이,
이 아이들에게는 마음 깊이 남을
소중한 추억의 씨앗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시간들이
아이들의 기억 속 어딘가에
맑고 투명하게 얼어붙어,
훗날 힘겨운 여름날의 한복판에서도
시원한 위로가 되어주기를 바래봅니다.
언젠가 어른이 되어
한여름의 무더위 같은,
힘들고 지친 시간을 지나게 되었을 때—
서로에게 웃으며
이렇게 말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스크림 먹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