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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는 법

by 아르망

햇살마저 참 따스했던 그날,

저는 아이 둘과 함께

바다가 숨 쉬는 언덕으로 향했습니다.


한 아이는 여섯 해의 햇살을 머금었고,

다른 한 아이는 넷째 해의 여름을

이제 막 만났지요.


바다는 눈앞에서

물고기의 푸른 비늘처럼 반짝이며

드넓은 등을 펄떡이고 있었고,


그 풍경을 품에 안은 채 길게 이어진 공원은

세상의 모든 평온을 모아놓은 듯

상쾌한 초록빛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그 공원에는 길고 웅장한 전통 그네가

푸른 바다 같은 하늘을 향해

돛을 올리는 거대한 두 척의 배가 되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그네를 보자마자

바람처럼 달려가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짧은 두 다리 어디에서 저런 힘이 나올까

고개를 저으며 감탄하고 있을 무렵,

세상을 다 가진듯한 표정의

여섯 살 선생님은

이미 용감하게 그네에 올라

발을 굴리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바람에 실려 흩어질 때마다

풀잎들도 손을 들어

반가운 듯 몸을 흔들었지요.


저는 네 살배기 작은 선생님을 품에

꼭 안고 다른 그네에 올랐습니다.


아이의 따스한 온기, 부드러운 숨결이

제 가슴으로 고스란히 전해져 왔습니다.


그네가 느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자,

우리는 마치 하나가 된 것처럼

바람의 물결을 타며 나아갔습니다.


저와 아이의 심장은

하나의 리듬처럼 연결되어 뛰었고,

우리의 세상은 부드러운 포물선을 그리며

앞뒤로 움직였습니다.


그네가 조금 높은 곳에 이르렀을 때

저는 무심코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 순간,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한데 모아

곱게 짜놓은 듯한 하늘이

눈앞 가득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존재의 근원을 투영하는 듯

깊고도 맑은 보석들의 바다 같았던,

솜사탕을 한 줌씩 뜯어 흩뿌려 놓은 듯한

구름들이 저마다의 속도로 유영하고 있었던,


거대한 캔버스에 그려진

'색깔들의 꿈'처럼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그저 앞뒤로 흔들렸을 뿐인데,

발끝은 바다 위를 걷고 있었고,

머리 위로는 하늘을 이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저는 까마득히 잊고 있던

사실 하나를 깨달았습니다.


늘 어딘가에 도착하기 위해,

앞으로 가기를 애쓰며 살아간다는 것을요.

더 높이, 더 멀리 나아가야만

비로소 행복이 기다릴 거라 믿으면서 말이지요.


하지만 제 품에 안긴

작은 선생님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아이에게 그네란

목적지가 없는 여행 같았습니다.


앞으로 가는 순간의 짜릿함과

뒤로 물러서는 시간의 아련함,

그저 이 리듬 자체를

온몸으로 즐기고 있었지요.


오직 지금의 흔들림 속에서

순전한 행복을 느끼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바로 이 단순한 왕복 속에서,

고개만 들면 이토록 경이로운 하늘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을,

저의 작은 선생님은

말없이 가르쳐주고 있었습니다.


왜 그네는 앞으로 나가려면,

언제 뒤로 가야 할지도 알아야 할까?’


그 물음은 하늘 끝까지 올라가서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고요히 돌아옵니다.



삶이란 어쩌면

이 거대한 그네 같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가 있고,

숨을 고르며

뒤로 물러나야 할 때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궤적의 크기나

도달하는 높이가 아니라,

그 시간 속에서 고개를 들어

'나만의 하늘'을

발견하는 것이 아닐까요.


내 품에 안긴 존재의 온기를 느끼고,

함께 같은 리듬으로 움직이며,

거대한 푸른 하늘 아래 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운 순간 속에

있는가를 깨닫는 것.


그날, 두 명의 선생님은 제게

세상에서 가장 큰 궤적을

그리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가장 단순한 흔들림 속에서

삶의 중요한 순간을

발견하는 법도 가르쳐주었습니다.


바다와 하늘,

그리고 두 아이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졌던 그 공원에서,

인생에 가장 소중한

행복의 한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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