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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잎 위의 연인

세상 가장 다정한, 톡

by 아르망

하늘이 제 가장 맑은 얼굴을 되찾은 오후,

싱그러운 초록으로

막 세수를 마친 나뭇잎 위로


깊은 하늘을 품은 물방울 하나,

눈부신 햇살을 머금은 물방울 하나.


서로의 빛에 이끌리듯 또르르,

투명한 설렘을 굴려옵니다.


바람이 여린 숨결로 등을 살짝 밀어주자

고요히 하늘을 품은 물방울이 먼저,

용기처럼 기울었습니다.


가까워질수록 마음은 더 둥글어지고,

한쪽의 용기는 다른 쪽의 설렘이 되어

잎맥의 오솔길을 나란히 나아갑니다.


먼저 다가선 하늘의 물방울은

가장 다정한 기울기로 햇살을 기다리고,


마침내 서로의 투명한 마음이 닿자 왈칵,

하나의 세상이 터져 나왔지요.


그 둥근 세상 안에서

두 개의 눈빛은 하나의 깊이가 되고,

두 개의 심장은 비로소 하나의 리듬을 연주합니다.


가장 따스한 포옹은 소리 대신,

눈부신 반짝임으로 말하는 법.


서로의 품 안에서는 세상 모든 소음도

이마를 맞댄 것처럼

침묵으로 멈추었습니다.


또르르, 세상 가장 다정한 발걸음 소리.

하나가 되어 더 깊어진 저 반짝임을

우리는 무어라 이름 붙여야 할까요.


숲의 모든 초록이 더 진하게 깊어지는 만큼,

나뭇잎도 오래도록 기억하겠지요.


하나의 세상이 되었던 하늘과 햇살,

그 눈부신 포옹의 순간을.


그렁그렁,

눈물처럼 차오르던 투명한 행복.

나는 너를,

세상 가장 다정한 ‘톡’ 소리로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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