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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볕병아리 Nov 06. 2024

<외면>

@ 봄볕, 오늘의 시作


주름 없는 시집들이

낡은 도서관 책장에 움츠러 있다     


형광등이 찍어놓은 지문 사이로

하얗고 가벼운 꽃들이 모서리마다 옹송그리 피었다     


아름다운 구절의 빼곡함은

죽어가는 사계절의 사락일까     


어두운 밤은 가고

도란이 모여든 시인들의 삶이 애처롭다     


어느 반짝이는 별 하나 망설이며 다가온 사이

저마다 부풀어 오른 시집의 배꼽들이   

하얀 꽃의 간지러움을 털어내느라 한바탕 출렁인다     


옅은 바람이 일고 

별은 이내 돌아서고

하얀 꽃은 그대로 남아 내려앉은 시선     


추락하고야 마는 중얼거림

까닭 없이 버려진 속절에     

그리움이 한 움큼 웅얼거렸다


이내 두 눈이 폭삭 주저앉았다     


시집엔 소복히 먼지가 오르고

돌아선 발자국 사이로 

하얀 그림자 한 뼘 길게 늘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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