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밤의 까닭

By. 봄볕 _ 오늘의 시

by 봄볕


수원신갈 IC로 들어서는 길

창문을 닫아도

세상의 소리는 내게로 스며든다

지갑은 텅 비었고

쉬이, 쉬이-

아이들의 조약돌 소리

차령터널 봉수산 나무들 사이

시커먼 입구가 굴러온 나를 향해

혀를 날름거린다

110km로 달리던 바퀴로

바스러진 낙엽들이 휘감길 때쯤

시뻘건 올빼미의 눈들이 깜빡거린다

산이 덜컹거리고

두 눈도 덜컹거리고

꿈에서 고라니를 보았다

뺨 아래로

미끄러지던 눈동자

차가 펄쩍 튀고

고라니처럼 두 눈도 흩어지고

텅 빈 터널 속에 두고 온

눈알 없는 고라니를 보았다

창문은 정안의 햇살을 담고

뻥 뚫린 도로 위엔

밤나무 꽃의 비릿한 향이

후드득 쏟아진다

곧 알밤으로 익어갈 가지 끝마다

텅 빈 까닭이 피어나겠지

벌어진 밤송이의 입처럼

슬픔이 벌어진 지갑

무르익어 추락한

알밤의 까닭은

천안논산 고속도로 밤나무 가지 아래

어찌할 수 없어 더욱 슬퍼진 생각들을

대롱대롱 매달아 두고

나는 가시처럼 뾰족이 앉아

동군산 IC를 향해 달린다

알밤들이 바퀴에 걸려

타닥타닥 으스러질 즈음

그믐달처럼 고부라진 아이들이

기지개를 켜며

“엄마”하고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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