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린 계절

by. 봄볕 _ 오늘의 시

by 봄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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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까지 불던 가을이

성급히 떠났다

반쯤 닫힌 창문 틈으로

붉은 꼬리를 흔들며

미끄러져 갔다


떠난 새벽

창문 틈으로 손을 뻗었다

물컹한 것들이

나를 이끌고


빨간 물고기

아가미를 벌리고

물은 까마득히 차오르고

잃어버린 가을의 꼬리를 따라


가라앉은 어제와 어제, 그리고 어제

가라앉은 비밀과 비밀, 또 비밀이

기어코 떠올랐다


아픔을 잊으려 썼던 시

빨간 아가미를 벌리고

어제와 어제,

또 어제의 가을들이

붉은 꼬리를 힘껏 몰아

내게로 흘러왔다


아가미만 남은 나는

흘러내린 어제를

죽은 심장에 품고

물컹한 세상을 넘어

아침을 차렸다


창문 사이

가을이 두고 간

시의 파편을

도마 위에 올리고


어제의 시가

한 줄씩

잘려 나갔다


도마 위로 따뜻한

눈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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