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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친꿈 Nov 08. 2024

1. 퇴사 후의 남은 두려움

백수의 하루하루

누가 더 불행한지를 겨루자는 글이 아니다. 단지 내 삶의 기록을 보고 위로와 힘을 얻었으면 하는 글이 되었으면 한다. 객관적으로 누군가에겐 불행해 보이지 않을지라도 주관적으로 내 입장에서 나쁘기도 하고 때로는 좋을 수도 있는 그런 일상을 기록한 글이 될 것이다. 내 인생은 느린 것 같다. 나는 성인이 되고 나서 대학생일 때 무의미하게 8년간 긴 방황을 했으며 나에겐 초등학생 때 사귄 친구 1명이 현재 나의 친구 목록 중에 전부이다. 그렇게 집에서 은둔하면서 히키코모리로 조용히 살다가 엄마가 아프기 시작하고 나서 죄책감이 들어 취업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난 20대 끝무렵에서야 첫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고된 나날을 보냈었다. 지금의 나는 첫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이면서 취준생이다. 이제 내가 내가 사는 삶을 기록하고 싶었고 사람들에게도 얼마나 창피한 삶인지 보여주고도 싶어서 이 글을 쓴다. 내 글은 역시나 창피하게도 내 일상에서 기억 남는 장면을 두서없이 기록한 글이라 민망하다. 그래서 이 글을 봐주는 사람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지닌다.

(내용과 무관한 사진)

첫 직장에서 퇴사한 지는 보름이 지났다. 헬스에 운동 좀 시작하고자 상담받으러 갔는데 결국 이러쿵저러쿵 말하고 다른 데 조사하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바로 결제하고 보니까 다른 데보다 3-4배 비쌌다. 나를 앞으로 담당하게 될 트레이너선생님과 상담한 거였는데 너무 친근하고 친절해 보였다. 아무튼... 그리고 원래 내기로 했던 금액보다 22만 원이 추가로 결제된 걸 집에 가면서 알았다. 그래서 전화로 문의드렸더니 추가금은 환불해 주시겠다고 해서 환불하러 헬스장에 다시 갔다. 헬스장의 매니저가 프런트에 있었는데, 그분은 ‘그냥 3개월치 회원권을 줄 테니 그걸로 퉁쳐라(?). 5만 원 이득이다.’라고 말했는데 바보 같은 나는 그냥 '알겠어요.'라고 했다. 그런데 또 거기서 추가로 3개월치 락커비 3만 원을 결제하고 나왔다. 그런데 다시 아까 전의 매니저가 내게 말했던 모습을 복기해 보니 매니저가 눈을 희번덕 떠서 무서웠던 것 같았고, 그분 입장에서는 제가 나름 헬스장의 회원이니까 예의를 차리는 것 같았지만 사실상 예의 없다가 없는 걸 애써 포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헬스장에서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전화 걸어서 말하니까 엄청 화나신 듯했다. 엄마가 계신 곳은 내가 사는 곳으로부터 1시간이 넘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내가 사는 곳으로 지금 갈 것이고 함께 환불하러 그 헬스장에 가자고 하셨다. 결국 그날에 헬스장에 엄마와 함께 방문했다 헬스장 매니저에게 엄마가 열변을 토하고 화를 내면서 환불해 달라고 말했지만 결국 환불 못 받고 집에 돌아왔다. 그 이유는 매니저가 내일 상급자한테 허가 결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매니저는 환불하게 되면 15% 위약금이 있다고 우리에게 말했다. 엄마는 그 매니저의 말에 당일 결제하고 당일 취소하는데 무슨 위약금이 있냐고 말했고 여기서 또 언쟁이 오갔다. 어쩌다 보니 엄마 덕분에 그다음 날에 제가 센터 가서 환불금을 모두 다 받아오기는 했다. 하지만 그 매니저가 환불할 때 환불과 관련된 서류 작성하는 걸 엄마가 대신 와서 해주면 안 되겠냐는 말을 했는데, 그때 화가 엄청났다. 그 서류에 작성할 게 이름/날짜/금액 이 정도의 항목만 있었고, 엄마는 (그 매니저는 모르겠지만) 내가 사는 곳으로부터 자가용으로 1시간 걸리는 거리에 사는데 그런 무례한 요구랑 말을 들어서 그랬다. 그런데 헬스장에서 이런 경험을 이틀 동안 겪으면서 내가 바로 이전 직장에서 겪었던 느낌들과 조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입사할 땐 동료들이 친절했지만, 동료와 관계를 점점 쌓고 보니까 동료들이 공감 능력과 예의도 없으며 자기 이익밖에 모르고 가진 것도 없는 나의 모든 것을 빼앗고 싶어 할 때 그때 들었던 느낌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내용과 무관한 사진)

지난주에 면접 2개를 보았지만, 2개 모두 떨어졌다. 역시 퇴사를 하자마자 무리하게 일정을 잡아서 그런 건가 싶었다. 면접에 떨어질 수 있다고 미리 마음을 단단하게 다잡아 보았지만, 속이 쓰렸고 포트폴리오를 제출했어서 그런지 이용만 당하다가 버려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용만 당하다가 버려진 듯한 느낌이 묘하게 퇴사한 직장에서 내가 사직서를 낼 때 느꼈던 느낌과 비슷했다. 그리고 마지막 근무일에 그래도 조금은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다른 팀의 차장님이 ‘힘든 일만 하다 가네’라고 내게 말하기도 했다. 맞다. 사실은 이제 앞으로 내가 맡게 될 업무는 지금까지 했던 일보다는 강도가 약한 일들만 있을 것이고 앞으로 3-5년간 일이 끊길 걱정은 없다는 말들을 들었는데 내 발로 나왔다. 퇴사는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는 결정이었다고 스스로에게 자주 되뇌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러지 않으면 후회스러워서 견디지 못할 것 같아서 그랬던 것 같다. 엄마는 내게 ‘넌 퇴사해 놓고 전 직장에 왜 이렇게 미련 갖냐’라는 말을 했다. 분명히 퇴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나오고 보니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가장 피해자인 내가 나와서 속이 상했다. 난 좀 이상하다. 다음 달 말부터 약 10일간 템플스테이하기로 예약해 놨는데 뭘 그렇게 바쁘게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봤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 면접 2개가 떨어지니까 정말 불안하고 심장이 너무 뛰어서 뭐라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다음 주부터 토익 학원이라도 2주간 다닐까 생각 중이다. 사실 예전에 토익 공부해 놓아서 학원 다니지 않아도 공부만 어느 정도 해도 되긴 하는데 학원에 다니면서 바쁘게 살아야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안 그러면 큰일 날 것 같고 너무 불안하다.

(내용과 무관한 사진)

집 주변 바깥에서 잠깐 아침에 볼펜을 딸깍 거리는 소리가 한동안 났었다. 그런데 그 소리를 듣고 너무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이 집에서 2년 가까이 살고 있지만 이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소리는 내가 전 직장에서 일할 적에 자주 들었었다. 우리 팀은 아니지만 내 옆자리에 앉는 다른 팀 팀원분이 있었는데 내가 우리 팀과 다른 팀으로부터 괴롭힘을 눈에 보이게끔 당할 때부터 내 옆자리에 앉은 분도 볼펜 딸깍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게 들으면 들을수록 자신한테 관심 달라는 것처럼 느껴져서 너무 싫었다. 그런데 그 소리가 퇴사를 하고 나서 내 집 주변에서 들리니까 '내 집 주소를 아는 건가?' 싶어서 너무 무서웠고 당시에 그 사람한테도 정신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너무 화가 났다. 그 사람과 작당하고 서로 수신호와 눈짓을 주고받던 내 옆자리인 우리 팀원도 떠올랐다. 나는 그 사람들 가운데에 껴서 얼마나 힘들었던가. 그래서 불현듯 무섭다. 나를 괴롭히던 사람들이 우리 집 주면에서 날 엿보고 괴롭힐까 봐 무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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