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2주간 번아웃이 왔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하게 된다. 못하게 된다. 사람이 바뀐다. 변명이겠지만 고치느라 너무 힘들었다. 나의 호주 목적이 '돈'이라는 물질에 집착하다 보니 다른 건 중요하게 보지도 않았다. 최근에 호주 전 지역에서 이스터로 인해 긴 홀리데이를 가졌는데 그러다 보니 하루 10시간 평균으로 일하던 시간이 순식간에 6시간, 5시간, 심지어 4시간 이렇게 떨어지다 보니 심리적으로 불안이 왔나 보다. 현명했더라면 이걸 기회로 삼아서 남는 시간에 공부라도 할 수 있으면 좋은데 전혀 그러지 못했다. 일하는 시간 제외하곤 정말 계속 잤다. 가끔 진짜 너무 힘들면 묵묵히 일어나서 헬스장 그리고 끝. 그러다 문득 생각에 잠겼다. 우린 뭘 위해서 이렇게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거지? 사실 돈을 번다는 건 내 삶의 풍요를 가져와서 좋겠지만 (미래도 위하여) 나는 돈을 정말 안 쓴다. 정말 뭐 하고 살까? 할 정도로 돈을 안 쓴다. 그래서 이 삶에 만족을 하고 그렇게 행동했던 건지도 모른다. 나 스스로에게 솔직해져 보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겠다. 내가 좋아하는 것, 취미, 잘하는 것, 하다 보면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있는 것.
최근에 친구랑 통화를 하다가 내 솔직한 심정이 나와버렸다. 물론 친구에게 말한 거지만 입 밖으로 이야기를 하니 나 스스로도 충격을 먹었다. 그만큼 내 감정을 글로 쓸 줄 알아야 하는 것 같다. 그래야 내가 보고 듣고 고칠 수 있기에.
최근에 감기에 걸려서 오늘 아침 일은 취소했다. 사실 약 먹고 일했으면 충분히 3~4시간은 일 할 수 있었는데 뭐 그래도 덕분에 푹 자고 커피 한 잔에 오랜만에 글을 쓰니 여유로워지는 느낌이다.
짧은 매력 때문에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건 위험하다. 뭐 당연한 거지만 항상 약간의 자극, 불편함을 받으면서 움직여야 여기에 적응이 되고 발전을 하더라. 아침 찬물 샤워부터 시작하자. 이거 하기 전부터 일단 눈을 뜨면 침대 정리부터 하자. 방 정리는 필수. 항상 물은 부족하지 않게 마시기.
당연한 거지만 나를 솔직하게 사랑해 주는 사람에겐 항상 최선을 다하기. 같이 일하는 헤드 셰프랑 대화하다가 해주신 말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잃지 마라. 놓치면 그런 사람 찾기 어려워질 거다."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애인이 될 수도.
5월입니다. 호주 온 지 5개월이 지났네요. 사내자식이 어제 거진 몇 년 만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후회는 없습니다. 대체 저도 뭐가 힘든지 모르겠지만 이게 왜 힘들어? 이러지만 네. 근데 스스로 울었습니다. 이유 없습니다. 찾으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닦고 일어나고 다시 올라가야죠. 퍼스의 친구들은 일자리 구했다며 혹은 가족 사정이 있다며 다른 도시로 떠나고 결국에는 저만 남는 일이 생길 뻔했지만 "네가 떠나면 나도 떠난다"라는 의미로 월요일에 드디어 새로운 직장 인터뷰를 보기로 했습니다. 포지션은 셰프, 노던 지역 즉 사막 한가운데서 운영되는 레스토랑입니다. 합격해야죠! 쉐프란게 참 매력적인 직업입니다. 멋있고요 그리고 섹시합니다. 솔직해지자면 셰프는 정말 자신의 노동을 파는 직업이라서 많이 힘들고 고된 직업인줄만 알았는데 한국에서도 하고 호주와 서도 요리사로 일을 하니 처음부터 올라가는 맛이 있더군요. 설거지부터, 튀김기, 칼, 조리 순으로 올라가는.
요리하는 사람이랑 요리사랑은 역시 다르더라고요. 단순히 요리를 잘하고 좋아하는 걸 넘어서서 그 키친이란 공간에서 팀원들이랑 협력하고 디쉬를 만들어내고 고객들을 만족시키고 위생, 청결이란 펫을 데리고 다니는. 팀들이랑 다툴 때도 많습니다. 근데 한 명이 용기내고 다가가면 다 풀리더라고요. 더 돈독해진다나.
무튼 셰프만을 계속할 순 없습니다. 그것이 제가 여기에 온 이유기도 하고요. 호주라면 대형 지게차, 목시, 포클레인 이런 중장비는 타줘야 "나 호주 워홀하고 왔다" 하기에, 또 제가 좋아하는 걸 더 찾아보기 위해 항상 도전이란 명분을 가진 채로 행동해야 하더라고요. 이번 퍼스트 비자는 셰프라는 직업을 조금이나마 배우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세컨에는 좀 더 맥주 오지향이 나는 공사 현장, 혹은 광산을 노려봐야겠습니다. 써드는 아직 계획에 없지만 보트 쪽으로 나가보고 싶긴 합니다. 물론 학교를 나와야겠지만.. 생각만 해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호주 워홀이 끝나면 해본 일 중에 이건 내 인생 직업으로써 하면 보람, 행복을 느끼는 직업을 택해야겠습니다.
더 좋은 소식으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