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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살아간다는 것.

현실 도피, 성장 그 사이 어딘가.

by JUNO

호주에 온 지 7개월이 돼 간다. 아직 비자를 연장하기 위한 일은 못 구했고 연장을 못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함이 목에 걸렸다. 잡 컨텍 연락은 종종 온다. '연락'만 온다.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니 워홀러들이 세계에서 엄청 많이 모였다고 한다. 그래서 가끔씩 나도 모르게 "호주 1년만 열심히 일하면서 살고 캐나다 워홀을 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왜 굳이 캐나다 혹은 외국으로 가야 할까? 한국은 불가능한가? 한국도 대학학위가 없어도 몸 쓰는 직종을 주 60시간 70시간 이상하면 300은 세이빙이 가능해 보인다.


근데 참 이상하게도 한국은 돌아가고 싶어지지 않는다.

현실도피라면 도피일 수도 있고. 근데 한국에서 하고 싶은 일도 있는데 정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고 있다.

호주에서 정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추워도 히터, 옷 살 돈 아껴서 1억 모으겠다고 바들바들 떨면서 살고 있다.

한국에 돌아가면 그래도 저렴한 집값, 배고프면 부모님 집에 가서 밥도 먹고 잠도 잘 수 있다.

근데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날 쉽게 보내지 않는다.


편함=정체라는 내가 만든 정의가 무의식적으로 날 가두어서 한국을 가는 순간 내 발전은 없다고 압박하는듯하다.

호주에서 너무 많이 배웠고 많이 다쳤다. 일하다가 철 커터기가 손가락 위에 떨어져 뼈가 금가 처음 느껴보는 고통을 느꼈지만 내 인생 선생이 되는 시도들이 많았다.


호주에 와서 돈에 대해 더 진지해지다 보니 더 독해지고 금융, 경제 공부도 스스로 하게 된다.

처음으로 투자를 해보고 내 미래에 더 진지해졌다.


주변에 있던 친구들도 하나 둘 떠나고 정말 연락만 하고 열심히 사는 친구들과 어올릴려고한다.


내 기분이 주변 상황 분위기를 결정짓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비타민과 수분을 잘 챙기면 라면만 먹어도 20대는 끄떡없다는 것도 알았고


모르겠으면 배우면 되고 물어보면 되고 알아가면 된다.


단순한 맥주 한 잔이 아닌 인맥을 위한 맥주 한 잔의 중요성도 알게 된다.


호주 발음이 점점 익숙해져가고 있고 내 영어도 바뀌고 있다.


비자 연장을 하고 좀 더 멀리 떠나보고 싶기도 하다.


미래 아들, 딸에게 도전의 값짐에 대해 조언해 줄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



그대로입니다.

바뀐 건 없고 2주 뒤에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떠나겠다 집주인한테 말해놓은 상태입니다.

비자 연장을 위해 정말 피하고 피하려 했던 농장을 위해 떠날 준비를 슬슬 해야겠습니다. 셰프로 비자 연장을 하려 했지만 자격증이 없다고 최종면접에서 떨어진 것만 4군데 되는 것 같아요.

모든 건 계획대로 절대 흘러가지 않더라고요. 어차피 해야 하는 건 하고 잘 풀리면 운이 좋은 거고.

근 한 달간 부상도 당하고 일 찾는다고 일 하나를 그만둬서 수입이 크지 않은 상태입니다.

얼마나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저를 시험하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팟캐스트에 빠져있습니다. 경제, 지식, 자기 계발에 대해 많이 듣고 있는데 최근 들었던 것 중에 절 오래 생각하게 만든 문장이 있었습니다. "살아있기 때문에 살아간다." 겁도 많이 느끼고 슬프고 기쁘고 두렵기도 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만든 틀에 갇혀 살아가고 있습니다. 좀 더 깨어있는 의식을 가지면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하는데 그걸 느끼기 참 힘든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에 집중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소식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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