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온 지 어느덧 4개월이 가까워진다. 슬슬 혼자 사는 게 적응이 되고 점점 목표가 뚜렷해진다. 물론 추상적인 목표지만.
여전히 호주 억양은 어렵고 영어가 일상이 되니 한국에서 영어가 들리면 얼른 대화하고 싶던 흥분감은 피곤함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러 덧 오늘 갑자기 초등학교 동창에게 연락이 왔다. 사실 중학교도 같은 중학교를 나왔는데 중학교로 올라오고 그 친구는 영재 수준으로 공부를 잘하던 친구로 기억을 한다. 그래서 항상 하위권이었던 나와 마주 칠일이 없어 그때부터 그냥 알고 있는 친구로만 지냈다.
난 대학교도 장기 휴학으로 돌리고 영어를 배우면서 해외를 돌아다녔다. 즉 많은 또래 친구들이 밟는 대학 졸업 > 취업 > 결혼의 길이 아닌 알바 > 여행 > 워홀, 좀 다른 길을 걸었다. 이렇듯 해외를 돌아다니는 나의 특별한(?) 모습을 본 오래전 친구들이 가끔씩 연락을 한다. 정말 가끔씩. "해외여행 경비는 뭘로 모았어?"부터 시작해서 "영어 공부는 어떻게 했어?" 등등 참 부끄러우면서 별거 아니다. 영어를 수준급으로 잘하는 것도 아니고 남들이 즐기는 럭셔리한 해외여행이란 나에겐 없다. 그냥 진짜 제일 저렴한 항공, 제일 저렴한 숙소, 식비를 아끼기 위해 스스로 요리. 이 3가지면 사실 제주도 럭셔리 여행보다 저렴할 거라 생각한다. (제주도 가본 게 20년 전이라 기억이 없어 부정확합니다.)
무튼 서론이 길었다. 이 친구는 나의 길이 특별하다고 했다. 남들과는 다른다고. 하지만 난 나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이상은. 사실 2년 전 만 해도 한국에서 난 특별해!라고 생각했고 다른 친구들보다 더 넓은 견문을 가졌다고 착각했다. 단지 영어를 하며 해외를 다녔다고. 그리고 웃기지만 남들이랑 다른 음악을 듣는다고. 하지만 미국 여행, 호주 워홀을 하면서 이 생각들이 와장창 무너졌다. 아니 무너진 것보다 꿈에서 깼다. (이게 진짜야 이 자식아 하며) 너무 다른 삶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고 이걸로 돈을 벌며 인생을 살아간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음악, 예술, 자유의 도시 LA에선 기타 몇 자루 들고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한 청년, 아프리카 쪽 댄스를 하며 엄청 유명한 댄서, 알앤비의 꿈을 꾸며 우버를 하는 한 친구, 배를 타고 미국까지 건너 여행하는 잉글랜드 친구, 나보다 어린데 중장비를 운전하며 연에 억을 버는 엄청나게 많은 수를 자랑하는 호주 친구들, 대학교를 안 나오고도 레스토랑 서버로만 일하는 게 전혀 부끄럽지 않은 "많은" 동료들, 타투이스트, 부모님이 부자라 아직까진 놀며 지내는 친구 등등 정말 너무 다양하다. 아마 더 신기한 친구들도 있는데 기억을 못 하겠다. 이렇듯 하나의 큰 꿈을 가지며 떳떳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특별함이 과연 존재할까? 오히려 특별함이라는 단어가 날 가두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집착과 압박은 서로 공존한다고 본다. 어느 한 수식어에 대해 집착이 심해지면 압박을 받고 불안함과 두려움이 강해진다. 내가 그랬다. (솔직해져 보자) 난 특별한데 왜 행복하지 않지? 하며. 그래서 계속해서 남들이 가지 않는다는 길이 특별하다고 생각해서 나머지 길을 피했고 지금 현재가 된 것 같다. 사실 모든 길은 특별하며 평등하다. 내 길을 내가 개척해서 가느냐 혹은 듣고 배운 길을 따라가느냐 이 차이지. 대신 난 전자가 재밌다. 무섭기도 하고. 근데 헤쳐나가면 좀 더 강한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헤쳐나감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며 행복을 느낀다.
모든 분야에 탑 레벨인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 사람들은 무엇을 포기해서든 노력해 결실을 맺은 사람들이다. 시작 전 "아,, 할 수 있을까?"가 아닌 "어차피 안 죽으니까 하자"다.
그러니 "남들보다" 못나다, 잘나다가 아닌 본인을 믿고 과거의 나와 경쟁, 배움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자.
오랜만에 연락을 하는 게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그래도 연락을 해준 친구에게 참 고맙다. 연락이 끝난 후 나도 많은 생각을 했다. 참 멋진 생각을 가진 친구라 대성할 친구라고 믿는다.
안녕하세요 벌써 4개월 차 호주 워홀러입니다. 바삐 살아가니 많은 시간이 흘렀네요. 벌써 제 생일입니다. 3월 16일! 제 목표인 1억 모으기는 힘겹지만 그래도 여전히 진행 중이고 호주에서 좋은 사람도 만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요즘은 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호주 워홀 하면 영어, 돈, 경험이 주를 이루니 이 3가지에만 매달렸는데 생각해 보니 어차피 전 합법적으로 호주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비자'를 가지고 있는 거더라고요.
즉 땅만 바뀐 거지 전 동일합니다ㅋㅋ 그래서 제가 현재 해야 될 걸 prioritise 했습니다. 영어, 금융공부, 경제공부.
저에겐 주말마다 시티로 나가서 술을 마시며 짧게 entertain 하는 게 호주 워홀의 모습이 아닌 호주 워홀이라는 페르소나에서 벗어나 진정 나를 위한 발전을 위한 삶을 추구합니다. 물론 시티에 나가서 재미나게 놀다 인연으로 더 좋은 길을 걸을 순 있거나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들 수 있지만 전 또 다른 길을 택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더 좋은 소식으로 만나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