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by_지니
문화기획자로 일하게 되면서 제 인생은 많은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마음이 힘들었지만, 1월부터 12월까지 연이어 행사를 진행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제 성격 탓에 만족이나 보람을 온전히 느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자책이 커졌던 시기였죠.
제 곁에는 늘 정말 좋은 분들이 계셨습니다. 특히 동네 주민분들과 공예가 선생님들이 그러셨죠. 그분들을 뵐 때마다 스스로 더욱 겸손해지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선생님들 또한 참훌륭하신 분들이 많았어요. 제가 기획안을 들고 가면 이를 구체화해 주시고, 항상 배울 점을 남겨주셨습니다.
북촌은 서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인정과 정이 가득한 동네였습니다. 하하 호호 웃음소리를 울리던 동네 꼬마들, 그리고 고향이 그립지 않을 만큼 행복했던 마을. 그것이 제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북촌 마을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나니 잠시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마치 멈추는 순간 제가 뒤처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직 성공에 대한 기쁨보다, 타 지역에 집을 구하며 매달 내야 할 이자도 있었고, 쉬는 건 사치였죠. 그렇게나 자신에게 쉼을 허락하지 않은 채, 끝없이 앞으로 나아가려 애썼습니다.
고향에 내려가서 일하기로 결심한 계기에는 서울에서 한 일을 토대로 제가 더 큰일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고향으로 내려간 뒤, 여러 곳에 지원하며 가능성을 찾아가던 중, 마침내 대전사회혁신센터에서 면접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소식은 저에게 기대감을 안겨주었습니다.
그곳에 입사했을 당시, 아무래도 제 고향이라는 이유 때문인지 겸손한 마음보다는 자만심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다 잘 해낼 수 있다는 독기와 자신감이 제 내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죠.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고, 오직 제 자신의 안위와 직급에 대한 욕심만이 마음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욕심을 내는 게 맞을까? 이것도 욕심인 걸까?” 하고 스스로에게 묻던 날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그 당시엔 감당하지 못할 만큼 욕심을 부렸던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경험이 제게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스스로를 단련하고 성장하기 위해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북촌에서의 연락을 받고 돌아갔을 때, 저는 이전과 많이 달라진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이제는 사소한 세부사항까지도 놓치지 않을 만큼 성장한 자신을 느꼈고, 스스로를 인정해 줄 사람도 저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회사 안에서의 나보다, 회사 밖에서의 나를 찾고 싶다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마인드 마이너 송길영은 그의 책 *‘시대 예보: 호명 사회’*에서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호명 사회가 온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사람들이 회사가 아닌 자신만의 고유한 존재로 인정받고, 그 자체로 콘텐츠를 개발하고 구성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온다는 의미입니다. 저 역시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나’라는 사람 자체만으로 콘텐츠를 창작하고 구성해보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