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여사는 2024년 새해를 맞아 신년 계획을 적었었다. 몸무게 5kg 감량하기, 착한 일 하며 살기 등의 소소한 계획 중에 일기 쓰기와 독서하기가 있었다.
1월 1일부터 일기를 꾸준히 쓰려고 노력했다. 밤마다 혹은 아침으로 그날의 일이나 어제의 일을 기록해 나갔다. 몇 년 만에 글로 행복했던 일상을 남겨보거나 나를 돌아보는 혼자만의 시간이 뜻깊었다.
또 하나의 올해 계획은 친구와 책을 읽고 독서토론을 해보는 것이었다. 어떤 책으로 독서토론을 할까 알아보던 중 집 근처에 새로 문을 연 책방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곳 책방지기님이 추천해 주는 책이 좋아 계속 들락 거리다가 덕분에 책도 많이 읽게 되었다. 친구와 독서토론은 못했지만 혼자 독후감도 써보고 책을 다시 좋아하게 되었다.
3월부터는 책방에서 진행하는 글쓰기모임도 참여했다.
어렸을 적부터 끄적이는 걸 좋아했다. 나름 문학소녀였던 학창 시절엔 소설이 쓰고 싶었다. 하이틴로맨스 같은 연애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몇십 년이 흐른 현실은 일기를 쓰는 수준이다.
집순이인 내가 보는 세상은 좁다. 그러나 좁은 나의 세계에서도 희로애락은 있다. 글을 쓰면 희와 락은 오래 남는 것 같고 로와 애는 금세 사그라든다. 글을 쓰며 나 자신을 곱씹어보고 타인을 다시 바라보며 많이 위로받고 치유받는다. 글쓰기의 좋은 점이다. 그래서 계속 쓰게 된다.
글쓰기모임에서 브런치스토리를 알게 되었고 갱년기를 맞은 설여사는 나를 파헤쳐 써보고 싶었다. 50여 년을 살아온 나는 누구인지?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내가 생각하고 살아가는 삶의 방향성은 옳은 것인지. 가끔씩 저 내면 깊숙한 곳에서 살아나 나를 괴롭히는 괴물의 정체도 알고 싶다. 그래서 용기 내어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게 되었다.
내 글을 통해 나를 객관적으로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위로받고 치유받고 싶다.
2024년은 그러한 나를 찾는 시발점이 된 해였다면 내년 2025년에는 나를 더 파헤쳐서 그동안 내 안에 꽁꽁 숨어 있던 괴물을 끄집어내서 싸워 보고 싶다.
올 한 해가 이렇게 흘러갈 줄 몰랐다. 일기를 쓰고 책을 읽어보자는 신년계획을 세운 것뿐이었는데 인연에 인연이 더해지고 우연과 의지가 모여 한해 끝자락에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보니 기대이상의 훌륭한 한 해를 보낸 것 같아 뿌듯하다.
2024년처럼 2025년에는 어떤 인생이 펼쳐질지 기대해 보며 설여사는 다시 새해계획을 적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