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필연 2-18-6

by LeeTang

마음을 여는 건 얼마나 어려웠는지 모르지만

닫히는 건 얼마나 쉬운지.

붙잡을 너도

붙잡히지 않을 나도

세상의 강풍에 휘둘려

서로에게서

멀어지고 있을 뿐이야.


날 찾으러 온 너는

어딜 그리 바쁘게 갔다 왔는지

신발은 까맣게 젖어있었어.


너에게서 멀어지려 했던 나는

어딜 그리 달려 나갔는지

맨발이 빨갛게 익어있었지.


마지못해 너에게 닿으려는 듯

닿지 않으려는 듯

나의 손은 허공을 휘젓고 있었어.


어떻게든 나에게 닿으려는 듯

지금 닿지 않으면 다신 닿지 못할 거라는 듯

너의 손은 필사적으로 허공을 잡고 있었어.


나를 데려가는 필연에 감사하며

너를 떠내 보내게 해주는 필연에 감사하며

나는 묵묵히 올라갈 뿐이야.


다신 너에게 닿지 않기 위해서

keyword
이전 06화죄와 멸 2-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