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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머릿속

by 단이 Feb 2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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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선생님과 상담 후 나와서 약을 기다리는데 그 시간은 정말 길면서 짧았다.

조용한 병원 안에 클래식이 흘러나오는 와중 나의 손과 머리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머릿속은 복잡하고 짧은 지식 안에 들어온 새로운 병들을 검색하기 바빴기 때문이다.


너무 다른 세상이 있는 것 같아서 거부감이 들었다.

그러는 와중 약이 나왔다. 약은 색깔이 알록달록 이쁘게 되어있었다.

그리고 약을 설명해 주었다.


나는 약을 아침 약, 자기 전약, 필요 시약 이렇게 받았다.

자기 전약에는 수면제 성분이 있는 약이 들어있어 먹으면 몽롱할 거라는 설명과 필요 시약의 설명을 해주었다.

필요 시약은 저번처럼 갑자기 과호흡이 오거나, 진정되지 않는데 갑자기 공황장애가 왔을 때 먹고 진정시켜 주는 약이었다.

설명을 듣고 약을 받아서 집으로 갔다.


집에 가자마자 방으로 들어가 혼자 생각에 빠졌다.

아직은 얼떨떨하고 당황스러웠다.


너무 생소한 병명이고 연예인한테만 오는 병이라고 생각했지, 나같이 어린 나이에 왜 왔을까라는 의문이 들면서 또 아니라며 부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차라리 어디가 아프지... 이거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말로 설명할 수도 없는 그런 아픔이라서 누구에게 주저리주저리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이 병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르는 거니까 나도 처음 느껴 본 아픔이었으니 누구에게도 이해받으려 하지 말자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


그러면서 후회하는 나의 모습을 내가 나를 자책하고 있었다.

방에서 절대 나가기 싫었으며 나도 모르는 나의 감정에 그때부터 휩싸이기 시작했다.


밤만 되면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하고, 새벽만 되면 갑자기 우울이 심해지고 나쁜 생각이 온 머릿속을 감싸 안았다.


이제야 나의 병을 조금은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다.

남들과는 내가 조금은 다르다는 것을 그래서 더 우울하다는 것을, 남들과 다른 거지 틀린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에게 휴식을 주었다.

그렇게 나의 병을 받아들이고 나를 쉬게 해 주었다. 그렇게 중학교 겨울방학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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