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물려받을 유산이 없어 천만다행이다.

물려준 유산이 없는 조상님께 감사

by 서강



물려준 유산이 없는 조상님께 감사하다.


우리는 종종 죽음을 외면하며 살아간다. 마치 나와는 무관한 이야기처럼, 하지만 이틀 전, 몸이 보낸 강렬한 신호는 생로병사의 엄연한 현실을 일깨워 주었다. 온몸이 쑤시고 아팠지만, 미련하게도 "견딜 만하다"라며 출근했다. 얼마나 어리석은 판단이었는지, 몸의 신호를 철저히 무시한 태도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격언이 생각난다. 어떻게 살다가 가야 이름을 남길 수 있을까?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이름을 남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질문에 취약한데, 무슨 일인지 질문이 거미줄처럼 쏟아져 나온다.




비트겐슈타인은 말했다. "가파르고 높은 산을 올라가려면, 무거운 배낭은 산기슭에 놔두고, 가볍게 출발해야 한다." 현대의 미니멀 라이프를 그는 이미 오래전에 실천했던 것이다. 무거운 배낭에 든 물건 일부를 꺼낸 것이 아닌, 배낭 자체를 놔두고 출발한 것이다.


엄청난 유산을 예술가와 형제들에게 일부도 아닌, 전부를 다 줄 수 있었던 것도 내면에 이런 마음이 잠재해 있었던 결과물로 탄생한 것 같다. 진정한 '비움'의 철학을 보여주었다. 일부도 아닌, 전부를 나눠준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그 마음의 원천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래서 그 원천을 찾아보았다.


1889년 4월 26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비엔나,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가문의 8자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형제들 대부분 재능이 뛰어났지만 정신적인 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의 형제 중 세 명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동안 톨스토이의 가르침 영향을 받았다. 단순함, 금욕주의, 물질적 부의 거부를 강조했다. 부를 도덕적 부담으로 보기 시작했다. 어떤 가르침을 받는가에 따라 삶의 방향이 정해진다. 책 선택도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요리조리 머리를 굴리고 생각해 봐도 비트겐슈타인처럼 유산 전부를 기부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걸 알고 조상들이 유산을 물려주지 않았나 보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어설프게 받은 유산으로 기부를 해야 하나라는 고민에 빠지지 않아도 되니 정말 감사하다. 여전히 속세의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는 공기 좋은 한적한 곳에서 필사와 낭독, 독서와 글쓰기에 전념하고 싶다. 그러면서도 세상의 욕심은 놓지 못하는 게 나의 현주소다. 마치 두 마리 토끼를 쫓는 듯한 모순된 욕망으로 가득 차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태어나고, 또 누군가는 세상의 소풍을 끝내고 영원한 이별을 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산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해내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침 해는 인간의 고된 삶과 무관하게 늘 같은 자리에서 떠오르며 강렬한 광선을 비춰주고 있다. 자연의 섭리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긴다.




김종원 작가는 분명한 철학을 가진 글 쓰는 일에 전념하기 위해 먼저 자신의 삶을 정리했다. 이는 단순한 정리가 아닌, 깊은 성찰의 과정이다. 주변의 삶을 비우고 정리하는 것이 진정한 글쓰기의 시작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의 글쓰기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결단에서 시작됐다. 편안한 일상을 내려놓고, 글쓰기라는 고독한 여정을 선택한 것이다. 마치 수행자가 세속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으로 들어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삶을 정리하고 철학을 세우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진정한 글쓰기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삶의 태도이자 철학이라는 것을, 그의 글은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다.


'글쓰기'와 '철학'을 하나로 만들었다. 그의 철학이 글이 되고, 그의 글이 다시 철학이 되는 순환. 그것이 바로 그가 우리에게 보여준 진정한 글쓰기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매일 필사와 낭독을 하고, 김종원 작가처럼 분명한 철학을 바탕으로 글을 쓰겠다는 다짐을 한다. 욕심이라는 무거운 배낭을 조금씩 내려놓으며, 진정으로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찾는 작업을 한다.


고요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각자의 답을 찾아가고 있다. 놓칠세라 두 손에 꼭 움켜쥔 것들을 하나씩 놓아주며, 진정한 글쓰기의 길을 걸어가기 위해 몸부림친다.


인간의 세계는 언어로 이루어져 있고, 그 언어의 한계를 넘어설 때 비로소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진정한 부자는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비울 줄 아는 사람이다.




캡처.PNG


키워드 : "선택"

깨달음 :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삶을 "선택"할 때 자기만의 삶을 살 수 있다.

적용 : 비트겐슈타인처럼 받을 유산도 없지만, 만약 있다면 포기할 수 있는가? 김종원 작가처럼 분명한 철학을 바탕으로 글을 쓰기 위해 나머지를 포기할 수 있는가? "올바른 선택"

- 내 손과 마음에 꼭 쥐고 있는 욕심을 하나씩 내려놓자.

- 필사와 낭독, 독서와 글쓰기에 매진하기 위해 주변을 하나씩 내려놓고 정리하자.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2화인생의 퀀텀점프가 될 아주 특별한 남다른 필사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