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건 현실이 아닐 거야."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며 고개를 흔들던 그날, 나는 현실을 거부했다. 견딜 수 없는 고통에 몸과 마음이 얼어붙었고, 순간 기억 상실증까지 걸렸다. 죽음이 유일한 탈출구처럼 느껴지던 그때, 눈물과 신앙의 힘으로 버텨냈다. "왜 하필 나에게..." 밤하늘에 수없이 던진 질문은 항상 공허하게 메아리쳤다. 지나고 보니 모순이 많은 말이다. 내가 아니면 다른 사람은 괜찮다는 것인가,
매일 아침, 우리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 선택의 기로에 선다. 양치질을 먼저 할까, 물부터 마실까. 사소해 보이는 선택들이 모여 하루가 되고, 그 하루가 쌓여 인생이 된다. 선택하는 모든 순간에 언어가 들어있다. 그것이 바로 "내 언어의 한계가 곧 내 세계의 한계"가 된다고 김종원 작가는 말한다. 우리가 선택하는 말과 생각이 우리의 세계를 만든다.
세상은 거대한 학교다. 새벽의 알람 소리는 등교를 알리는 종소리 같다. 이곳에서 우리는 기쁨과 슬픔을, 성공과 실패를, 만남과 이별을 배운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말했다. "불쾌함과 걱정마저도 세상이 주는 특별한 선물"이라고, 받아들이기 힘든 말이지만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것이 답이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아픔의 소식들. 나이를 가리지 않는 병마 앞에서, 예전의 나처럼 "왜 하필 나에게..."라고 질문하는 이들을 마주한다. 그때의 나는 폭풍우를 피해 남의 지붕 밑으로 숨고 싶어 했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깨달았다. 견디기 힘들었던 그 시간들이 오히려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는 것을, 마치 뜨거운 용광로 속에서 단련된 정금이 탄생하는 것처럼, 같은 컵의 물을 두고도, 어떤 이는 "반밖에 안 남았네"라고 불평하고, 다른 이는 "아직 반이나 남았네"라며 감사하며 미소 짓는다. 삶을 보는 관점이 이렇게 다르다.
매일 아침, 병마와 전쟁 중에 있는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하이파이브를 건넨다. "된다. 된다. 회복된다. 이전보다 더 건강한 몸으로 회복된다." 현대 의학의 발전을 믿으며, 감사한 마음으로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
우울함이 찾아올 때면, 의식적으로 긍정의 언어를 선택한다. 그것이 내 세계를 넓히는 열쇠임을 알기에.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잘 살아내는 것이다. 오늘이라는 강의실에서 마주하는 모든 순간을, 이제는 감사함으로 받아들인다. 선택의 순간마다 '포기'가 아닌 '버림'의 미학을 실천하고, 모든 경험을 배움으로 받아들이며 성장하려고 몸부림친다.
이것이 내가 선택한, 더 넓은 세계를 향한 여정이다. 이 여정에서 만나는 모든 순간이, 결국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소중한 선물임을 안다. 인간의 모든 고통 역시, 언젠가는 빛나는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