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깊은 통찰을 얻는 순간이 있다. 김종원 작가의 철학 전집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 필사 6일째를 맞이하며, 거울 보기를 통해 내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는 중이다.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이 떠오른다. "존귀에 처하나 깨닫지 못하는 자는 멸망하는 짐승 같도다." 마치 금은보화를 짐승에게 준들, 그 가치를 알 수 있을까? 깨달음 없는 지식은 그저 죽은 글자에 불과하다. 평생교육원이 늘어나고 배움의 기회는 넘쳐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스스로의 깨달음이다
스승과 제자가 나누는 예화가 떠오른다.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왜 아무리 가르쳐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스승은 조용히 찻잔을 들어 물을 따르다 넘치게 했다.
놀란 제자가 "넘칩니다!"라고 외치자, 스승이 말했다.
"이미 가득 찬 잔에는 새로운 것이 들어갈 수 없다."
성경에서 '멸망하는 짐승'이라는 강력한 비유를 쓴 의미를 깨닫는 순간이다. 귀한 진주를 돼지 앞에 던져도 사람의 눈에만 귀하지 돼지 눈에는 그저 흙탕물 속 돌멩이로만 보일 것이다. 마치 베토벤의 음악을 듣지 못하는 이에게 교향곡의 아름다움을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깨달음 없는 지식은 메아리 없는 외침일 뿐이다.
산책의 맛을 알기 전에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이 트는 순간을 보며 깨달았다. 해는 내가 보지 않아도 매일 떠오르고, 꽃은 내가 알아주지 않아도 피어나는 것을, 사물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먼저 바라봐야 한다는 진리를 알게 됐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사물과 대화가 가능해지는 놀라운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 산책은 내 영혼의 점심시간이다. 걸으며 만나는 바람, 새소리, 꽃향기가 내 마음의 정원을 살찌운다.
깨달음은 마치 정원을 가꾸는 일과 같다. 먼저 단단한 땅을 갈아엎어야 한다. 고정관념이라는 돌멩이를 하나하나 골라내고, 선입견이라는 잡초를 뿌리째 뽑아낸 후, 겸손이라는 거름을 듬뿍 주어야 한다.
5년 다이어리를 매일 쓴다. 처음에는 의무감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됐다. 필사를 하며 위대한 철학가들의 말씀을 옮겨 적다 보면, 그들의 깨달음이 조용히 내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명상할 때는 마음의 창문을 활짝 연다. 잡다한 생각들을 잠시 내려놓고, 마치 갓 태어난 신생아처럼 불순물 없는 순수한 마음으로 생각의 지평을 넓혀간다.
깨달음의 순간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버스에서 내리며 우연히 본 노인의 미소에서, 비 오는 날 우산을 나눠 쓰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때로는 실수와 실패의 순간에서도. 중요한 건 그 순간을 알아차릴 수 있는 깨어있는 마음이다.
마음 밭이 기름진 땅이 되면, 우주는 신비로운 방식으로 깨달음의 씨앗을 보내준다. 그것은 때로 한 줄의 시가 되기도 하고, 친구의 따뜻한 위로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고요한 새벽녘의 깊은 통찰이 되기도 한다.
결국 깨달음은 강요할 수 없는 선물이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선물을 받을 준비를 하는 것. 매일 조금씩 마음의 정원을 가꾸다 보면, 어느새 그곳에 지혜의 꽃이 피어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김종원 작가는 말한다. 언어 수준이 높아지면 완전히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된다고, 지금 환경에 불평하지 말라, 불평하는 환경은 내 언어 수준이다. 지금의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언어 수준을 높이면 된다.
얼굴이 이쁘장하고 귀여웠던 친구가 떠오른다. 부잣집 남자를 만나 결혼을 잘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5년 만의 재회였다. 화장기 없는 얼굴, 잔뜩 마른 어깨, 허공을 떠도는 공허한 눈빛, 결혼을 잘해서 산다는 친구의 모습은 삶에 찌들어 있었다.
친구는 답답한 마음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아파트 베란다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봤어. '여기서 뛰어내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 그러다 문득 깨달았어. 내가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이 답답한 침묵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거야."
눈물을 삼키며 친구는 말을 이었다. "차라리 벽을 보고 말하는 게 낫지. 적어도 벽은 차갑다는 걸 알잖아. 근데 그 사람은... 따뜻한 척하면서 내 말을 하나도 안 들어주는 거야. 매일 밤 혼자서 중얼거렸어. '나는 도대체 누구와 살고 있는 걸까...'"
식어버린 커피잔을 바라보며 그녀가 씁쓸하게 웃었다. "이제는 좀 편해. 혼자여도 적어도 숨은 쉴 수 있으니까."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겉으로 보이는 호화로운 삶이 얼마나 공허할 수 있는지. 물질적 풍요 속에 숨어있는 정서적 빈곤이 얼마나 사람을 괴롭게 할 수 있는지. 결혼생활에서 사랑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 통하는 대화' 한 마디였던 것이다.
나 역시 비슷한 시련을 겪었다. 소문난 연애 끝에 한 결혼생활,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끝없이 부딪혔다. 이혼까지 생각했던 그 시절, 우리를 구한 건 신앙이었다. 같은 곳을 바라보게 만든 믿음의 끈이었다. 어느새 우리는 다툼의 여행을 끝내고,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는 소울메이트로 거듭났다. 시련이 닥쳐도 서로를 위로하며 의지하게 됐다. 결국 사랑보다 중요한 건 '말이 통하는 것'이었다.
베란다 앞으로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깊고 고요히 흐르는 강물처럼, 깊이 있는 어른다운 어른이 되리라, 아침 해가 떠오르듯 환하게 웃으며,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마주하리라. 독서, 필사, 낭독, 산책, 명상으로 마음 밭을 가꾸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간다.
결국 우리는 자신의 언어 수준에 맞는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 "끌어당김의 법칙"처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모여든다. 부모들은 늘 아이에게 '좋은 친구를 사귀라'고만했지, 정작 아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마치 맑은 물이 맑은 물과 어우러지듯, 비슷한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모이기 마련이다. 결국 중요한 건 아이 스스로의 성장이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도서관에서 같은 책을 읽는 친구를 만나고, 음악을 사랑하는 아이는 음악실에서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난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좋은 친구를 사귀라'는 말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만의 빛깔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마치 해바라기가 태양을 향해 저절로 고개를 돌리듯, 아이들도 어른도 자신과 맞는 친구를 자연스럽게 찾아간다. 아이도 어른도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 가치에 맞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변화를 시도할 뿐이다.
진정한 변화는 강요나 주입이 아닌, 스스로의 깨달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마치 고요한 강물처럼, 깊이 있는 어른으로 성장해 가기 위해 아주 특별한 남다른 필사는 계속된다.
키워드 : "유유상종"
깨달음 :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부류와 무리를 이룬다. "끼리끼리", "유유상종", "삼삼오오", "결"등 다양한 표현을 한다. 결국 비슷한 부류란" 돈도 명예도 외모도 학벌도 아닌 "말(언어)"이 통하는 사람이다.
적용 : - 어른은 마음이 깊다.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어른이 되자
- 언어의 수준을 높이자(필사, 낭독, 독서, 산책, 명상) "유유상종"의 사람을 끌어당기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