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연히 깨어난 새벽 3시, 스마트폰의 알고리즘이 보여준 영상 하나가 내 일상을 바꾸어놓았다. "새벽 3~5시에 잠이 깬다면 꼭 해야 할 3가지" 이불속에서 영상만 틀어놓고 다시 잠을 청하려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 한번 따라 해 보자.'
따뜻한 이불속 유혹을 벗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계피차를 끓이기 위해 주전자에 물을 부었다. 은은한 계피 향이 주방을 채우는 동안, 창가로 향했다. 창 너머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다. 강변을 따라 줄지어 선 가로등들은 마치 별처럼 반짝이고, 흑백 필터를 입힌 듯한 새벽하늘은 신비로운 무채색의 세계를 선물한다.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달이 보인다. 달무리를 두른 채 홀로 밤하늘을 지키고 있는 달을 보며, 해가 뜨기 전까지 어둠을 밝히려 애쓰는 달의 모습이, 마치 우리네 인생과 닮아있다. 달의 속삭임이 들린다.
"해만 반짝이는 게 아니야. 나도 반짝여. 가끔은 나도 봐주지 않을래."
계피 차가 목을 타고 내려가며 온몸을 데우며 잠자던 세포를 깨우기 시작한다. 알고리즘이 이끈 작은 실천이, 아주 특별한 순간을 선물해 준다. 잠들어 있던 도시를 깨우는 새벽빛처럼, 내 안의 무언가도 서서히 깨어나는 기분이다.
나만의 여유를 만끽하는 이 귀중한 시간을 즐길 수 있어 감사함이 가득하다. 일정 정리도 하고, 책도 읽고, 필사도 하고, 글쓰기도 하고, 새벽이 주는 3시간을 보석처럼 귀하게 활용한다. 오늘 나는 3시간이라는 엄청난 시간을 덤으로 선물 받고 시작한다.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하니 참 편안하다. 이것이 행복이구나, 때로는 알고리즘이, 때로는 우연이, 우리 삶에 예기치 못한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비트겐슈타인은 책을 천천히 읽었다고 한다. 그는 글에 쉼표를 많이 사용했는데, 그것은 단순한 문장 부호가 아닌 느림의 미학이었다. 마치 우리 삶에 찍히는 쉼표처럼, 잠시 멈추어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이다. 김종원 작가님도 책을 읽을 때 자주 멈춘다고 한다. 멈춰서 질문을 하고 사색을 하면서 시선을 높이는 것이다. 새벽 3시에 기상해서 얻는 참 맛을 경험해 보니 조금은 알 것 같다.
현대인의 삶은 여유가 없다. 밥솥이 밥을 짓고, 로봇청소기가 청소를 도와준다. 시간은 많아졌지만, 여전히 바쁘다. 예전에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빗자루로 마당을 쓸고, 개울가에서 빨래를 했다. 비록 몸은 힘들었으나 마음은 여유가 있었다. 몸은 편하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는 작금이다.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종종 자신의 한계에 부딪힌다. 반푼수가 집안을 말아먹고,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다는 옛말이 있듯이, 어중간한 지식으로 아는 척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침묵은 금이라는 말의 의미를 이 새벽에 찾았다. 어설프게 알 때는 완전히 알 때까지 침묵해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2등이라도 하니까,
필사를 하며 독서하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다. 다독, 정독, 속독 등 다양한 독서법이 있지만, 비트겐슈타인처럼 천천히, 한 자 한 자 되새김질하며 읽는 방법을 선호한다. 다음 날 필사할 내용이 궁금해도 미리 보지 않는다. 오늘 내용을 온전히 소화하고 싶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마침표 찍기가 애매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쉼표를 사용한다. 지루함, 늘어짐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무의식적으로 사용한 쉼표가, 글에 숨을 불어넣는 여유였다니 놀랍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고 질문을 한다. 예전에는 몰라도 그냥 안다고 넘어갔는데, 유익이 하나도 없었다.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물어보면 모르는 것을 알아갈 수 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창피한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것이 더 창피한 일임을 깨달았다.
이 새벽에 깨달은 느림의 지혜는, 마치 계피차처럼 은은하게 몸과 마음을 데우며 세포를 깨운다. 쉼표가 있어 글이 숨을 쉬듯, 삶에도 때로는 쉼표가 필요하다. 그것이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가 되리라 믿으며, 지금 이 순간, 천천히, 그러나 깊이 있게 한 걸음을 내디딘다.
키워드 : "여유"
깨달음 : 독서 방법은 다양하다. 다독, 정독, 속독 등 자신에게 맞는 독서법이 있다. 살기는 편해졌지만 "빠름"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여유"를 필요로 한다. 독서도 천천히, 치열하게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읽을 때, 완전한 "내 것"이 된다.
적용 : - 글을 쓸 때 쉼표 사용하기
- 독서, 필사할 때, 천천히 한 자, 한 자, 꼭꼭 씹어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