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박복한 년, 내 엄마

대궐 같은 집

by 서강


그 시절, 엄마 인생에 처음으로 ‘도움’이라는 게 찾아왔다. 아버지의 둘째 형, 일본에서 자수성가한 큰아버지가 어머니를 찾기 위해 수소문을 했고, 끝내 삼천포에 있는 엄마를 찾아냈다.

“우리 어머니, 막내며느리 제수씨가 아직도 모시고 있다던데?”


큰아버지는 놀랐을 것이다. 동생은 딴살림을 차리고 나가버렸는데도 제수씨가 시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시고 있었으니, 고마운 마음을 물질적으로 표현해 주셨다.

“제수씨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 한마디는 엄마 인생에서 처음 받아본 ‘인정’이었는지도 모른다.


큰아버지는 바로 집부터 구해주셨다. 실내에 2층 계단이 있고, 창이 크고 햇빛이 잘 드는 양옥집. 전세로 먼저 살아보라고 하셨다. 그 시절 꼬꼬마이던 나는 할머니 손을 잡고 그 집 대문에 먼저 발을 들였다. 어린 눈에도 궁전처럼 보였다. 초가집이 대부분이던 그 시절 2층 양옥집이라니, 할머니도 엄청 좋아하시던 기억이 떠오른다.


쥐 나오던 셋방이 아니었다. 베란다에서 해가 들고, 바닥이 따뜻했다. 그 집에서 엄마는 비로소 쥐포포를 뜨는 일에서 해방되었다. 손끝에 박힌 가시처럼 굳어 있던 삶이 잠시나마 부드러워졌던 시기였다.

이대로면, 정말 이대로면 살 만하겠다는 생각이 엄마 마음 한쪽에 살짝 피어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잠깐의 평화’는 늘 그렇듯 오래가지 않았다. 겨울방학, 오빠와 나는 남해 이모네에 가 있었다. 그때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엄마의 ‘호사’는 누려보지도 못한 채 서막을 내리고 말았다. 참 박복하다 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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