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박복한 년, 내 엄마

아이는 어떻게 만들어?

by 서강


엄마는 기어이 집을 마련했다. 손바닥만 한 집이지만, 엄마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큰 집이었다. 비를 피할 수 있고 무엇보다 주인집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온전히 ‘우리 것’인 집.

그 집에서 엄마는 처음으로 벽에 등을 기대고 숨을 고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집에서 막내 여동생이 태어났다. 그때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엄마와 시장 다녀오는데 진통이 와서 골목에 앉았었다.


셋방살이 시절, 아버지는 딴살림을 차렸고 엄마는 자식들과 시어머니를 모시며 홀로 살림을 꾸려가고 있었다. 가끔 아버지가 집에 들렀고, 그 짧은 만남이 어떻게 생명을 잉태했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막내 여동생과 나는 여덟 살 차이. 오빠와는 열세 살 차이다. 엄마는 마흔을 앞둔 서른아홉에 그 아이를 품에 안았다. 동생은 예정일보다 한참 늦게 세상에 나왔다. 막상 태어난 아이는 울지도 않았다.

작고 여린 몸에서 들려오는 건 간신히 붙어 있는 한 줌의 숨소리뿐이었다.

“이 아이는 포기해야 한다”는 말들이 주위에서 쏟아졌지만, 엄마는 고개를 저었다.


동생은 아직 세상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엄마는 믿었다. 엄마는 밤낮으로 미음을 끓였다. 손으로 어루만지고, 기도하듯 입에 넣었다. 작은 입술 사이로 한 숟갈, 또 한 숟갈. 엄마의 생명이 미음으로 아이에게 옮겨졌다.


살아 있으라는 엄마의 뜻이 아이에게 전해진 걸까. 미약했던 숨은 점점 힘을 얻었고, 동생은 살아났다.
질긴 생명처럼. 살아야 할 이유가 엄마였고, 살려야 할 이유도 엄마였다.

엄마는 그렇게, 또 한 번 생명을 살려낸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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