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박복한 년, 내 엄마

첩의 뻔뻔함

by 서강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첩은 집안 행사에 당당하게 얼굴을 비췄다. 어릴 적 오빠와 나는 그 여자에게 “작은엄마”라 불렀다. 이유를 몰랐다. 주변 어른들이 그렇게 부르라고 하니 불렀을 뿐이다. 그 여자와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내 동생이었다. 나보다 두 살 어렸다. 아무렇지 않게 같이 어울려 놀았고, 별다른 경계도 없었다. 어른들의 복잡한 사정을 알아차릴 나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이상한 점이 많았다. 이모 집에 갈 때, 그 아이는 한 번도 함께 가지 않았다. 방학 때면 오빠와 나만 갔다. 그 이유가, ‘엄마가 달라서’였다는 걸 훗날에서야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상했던 건, 그 여자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도 당당하게 집안일에 끼어들었다는 점이다. 장례 이후에도, 제사 때에도, 가족인 듯 들락거렸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녀가 그렇게 들락거린 건 일본에 계신, 아버지의 둘째 형님 때문이 아니었을까. 엄마에게 집도 사주고, 살림도 일으켜주신 분. 그 호의의 덕을 자기도 보겠다는 심산이었는지도 모른다.


엄마는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남편에게 외면당하면서도, 시어머니를 정성껏 모시며 살아야 했던 엄마. 그런 엄마 앞에서 미안한 마음은 고사하고 자기 집처럼 드나드는 걸 묵묵히 받아내야 했던 시간들.


사람이 참는다는 게 뭔지를, 엄마는 그때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어린 나는 철없이 웃고 떠들었고, 엄마의 그런 심정을 헤아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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