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공책
그 시절 우리 집에는 사계절 내내 쥐포 냄새가 배어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코끝을 찌르는 바다내음과 달큼한 조미 향이 섞여 공기를 가득 메웠다. 마당에 널린 대나무 발 위에는 갈색빛 쥐포가 가지런히 누워 있었고, 바람이 스칠 때마다 냄새는 골목 끝까지 퍼져 나갔다.
사춘기였던 내겐 이 냄새가 때로 곤욕이었다.
친구들이 놀러 오자 하면 괜히 집 앞에서 서성이다 발길을 돌린 적도 있었다. 그때는 철이 없어서, 이 냄새가 우리 집 생계를 책임지는 숨결이라는 걸 몰랐다.
엄마는 글을 제대로 모르셨다.
낡은 장부에는 동그라미, 세모, 가위표, 그리고 알 수 없는 기호들이 빼곡했다. 받침이 없는 글자만 간신히 삐뚤빼뚤 적으셨는데, 글씨는 기울고 서툴렀다. 하지만 기묘하게도, 그 장부는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남들 눈에는 낙서 같았지만, 엄마에겐 돈과 쌀과 생계를 지켜내는 정확한 언어였다.
그 속에 숨겨진 엄마의 총명함과 부지런함, 배우고 싶은 갈망을 나는 보지 못했다. 딸이면서도, 엄마의 불편을 헤아리지 못했던 내 무심이 지금도 마음을 아프게 한다.
엄마는 일흔이 넘어 평생학습관에 다니셨다.
칠판 위에 선생님이 큼지막하게 ‘가, 나, 다’를 적으면, 엄마는 연필을 꼭 쥐고 따라 적으셨다. 굳은살 배인 손가락이 떨리며 흰 종이에 ‘ㄱ’을 그려내는 순간, 엄마의 눈빛이 반짝였다.
“내가 썼다… 내 손으로 썼어.”
엄마집에 가면 엄마는 공책에 쓴 글자를 보여 주었다.
아이처럼 들뜬 목소리, 그 웃음을 나는 잊을 수 없다.
엄마는 글을 몰랐던 게 아니라, 평생 배우고 싶어도 배울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억눌려 있던 갈망이 뒤늦게 칠판 위에서 꽃처럼 터져 나온 것이다.
“엄마, 정말 대단해. 글도 모르는데 그 장부를 하나도 틀리지 않고 정리했잖아. 나, 그런 엄마 닮은 것 같아. 배우는 거 좋아하는 마음, 그건 엄마한테서 온 거지.”
내 말에 엄마는 환하게 웃으셨다.
“배우는 건 늦어도 돼. 안 하는 게 더 늦는 거야.”
그 한마디가 내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
나는 이제 안다. 내가 글을 쓰고, 배우기를 멈추지 않는 건 결국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힘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