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과 나”

일상의 사물이 속삭이는 조용한 노래.

by 서강


아침 책상 위에 굴러다니는

연필 하나를 집어 든다.

심이 닳아 반쯤은 짧아진,

쓰다 만 흔적이 역력한 연필.


문장을 쓰다 멈춘 자리에서,

마치 호흡을 고르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연필이 짧아질수록 이야기는 길어진다.

끝이 보일수록,

안에 담긴 것들은 더 단단해진다.


볼펜처럼 끊김 없이 매끄럽진 않아도,

연필은 늘 지워질 수 있는 여백을 남겨둔다.


삶도 연필과 닮아있다.

지우고, 다시 쓰고,

또 고쳐 쓰는 과정이 있어야

조금은 숨이 놓인다.


나는 오늘도 연필을 깎는다.

날카롭게 세운 끝이 종이에 닿을 때,

비로소 나의 하루도 조금 또렷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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