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구피와 함께 맞이하는 봄
우리 집 작은 어항 속에는 구피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돌항아리에도, 유리항아리에도,
조용한 물결 속에서 작은 생명들이 반짝인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묘한 평온함이 밀려온다.
지인의 집에서 가져온 수초도 무성하게 자라, 어항은 마치 작은 정원처럼 아늑하다.
아침이면, 먹이를 주려고 다가가는 내 손길을 감지한 듯 구피들이 빠르게 몰려든다. 비록 말을 할 수는 없지만, 그 작은 몸짓으로 기쁨을 표현하는 것 같다.
문득 생각해 보니 어항을 깨끗이 청소해 준 지 벌써 5~6개월은 된 듯하다. 몸이 아파 모든 것이 귀찮아지던 날들, 물이 줄어들면 그저 조금씩 채워주는 것으로 미뤄왔던 시간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집 구피들은 견뎌냈다.
따뜻하게 해 줄 보온등도, 공기 주입기도 없이 혹독한 겨울을 버텼다.
그러는 동안, 세대교체도 이루어졌다. 봄부터 가을까지 꾸준히 자연 번식을 하며 작은 생명들을 탄생시켰고, 그만큼 떠나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때때로 수초 사이에 몸을 기댄 채 조용히 떠 있는 구피를 발견할 때면, 생명의 순환이란 무엇일까 문득 생각에 잠기곤 했다.
오늘은 3월을 맞아 오랜만에 어항을 청소했다. 가라앉은 찌꺼기들을 퍼내고, 깨끗한 물을 채워 넣으며 돌항아리에 낀 이끼도 조심스레 닦아냈다.
맑은 물이 다시금 빛을 머금을 때, 내 마음도 마치 대중목욕탕에서 시원하게 때를 밀고 나온 듯 개운해졌다.
우리 구피들도 오늘만큼은 봄기운을 온전히 느꼈을 것이다. 아마도 새로운 물이 어항을 가득 채우는 순간, 그들도 깨끗한 공기를 들이마신 것처럼 기분이 상쾌해지지 않았을까.
올봄, 또 다른 작은 생명들이 이곳에서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냥 그대로, 있는 모습 그대로, 어항 속에서 조용히 흐르는 물결과 함께 편안한 삶을 살아가기를. 그리고 그 안에서 작은 행복을 느끼며 우리와 함께 오래도록 머물러 주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