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 <불안>을 읽고
불안은 내 일상 속에 늘 조용히 머물러 있다.
아무 일 없는 날에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순간에도 찾아오는 마음이다.
나는 불안을 자주 느끼는 사람이다.
그래서 늘 괜찮아지기 위해 생각하고, 무언가를 배우고, 노력하고, 조용히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지금의 나‘를 말하는 것 같았고,
책장을 넘기며 ‘왜 나는 이런 마음을 오래 품어왔는가’를 묻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불안은 단순한 긴장이나 초조함이 아니다.
작가는 이 감정을 지위 불안, 즉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평가 속에서 나의 자리를 불안해하는 마음이라고 짚는다.
책에서 말하는 불안의 원인 다섯 가지는
‘사랑받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 속물적인 비교, 과도한 기대, 능력주의 사회, 불확실한 미래’이다.
하나하나가 지금 내가 살아가는 환경에서 자주 마주하는 것들이었다.
나는 그중에서도 ‘기대‘라는 말에 오래 멈춰있었다.
나에 대한 기대든, 내가 나에게 거는 기대든, 그 무게는 언제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기 일쑤였다.
그 기대를 채우지 못하면, 나는 존중받을 수 없는 사람 같았고, 그래서 더 열심히 더 빠르게 나를 채워야 했다.
결국 불안은 내가 ‘사랑받기 위한 증명’을 쌓아 올리는 구조 자체였던 것이다.
그 불안을 견디기 위한 방법으로 다섯 가지 ‘시선 전환의 틀’을 제시한다.
철학, 예술, 정치, 종교, 그리고 보헤미아적 삶.
나는 너무 오랫동안 타인의 시선을 기준으로 스스로를 판단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인정보다 중요한 건, 내가 그 하루를 나답게 살아냈는지 스스로 아는 것.
그 단순한 사실을 나는 너무 어렵게 돌아와야만 다시 마주하게 된다.
<불안>은 해답을 주는 책이 아니다.
대신 감추고 있었던 질문을 꺼내놓는다.
나는 왜 이토록 조급했는가.
나는 누구의 기대 속에서 살아왔는가.
그리고 그 기대는 정말 나를 위한 것이었는가.
불안은 내 안에 오래 있었고, 나는 그걸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나는, 이 책을 통해 불안을 없애는 법을 배운 것이 아니라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을 배운 것 같다.
결핍은 여전히 나를 따라다니고, 타인의 기대에 흔들리는 순간도 많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 불안을 감추려 애쓰기보다는 내 삶에서 어떤 움직임을 만들어내는지 지켜보고 잘 다루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더라도 그 감정에 압도되지 않는 하루.
그 하루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또 변화하고 성장한 나를 마주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