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
이전에도 썼지만 난 내 남편을 고등학교 때 만났다.
첫사랑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로 첫눈에 남편에게 반해버렸다.
짧은 교제 후에도 난 계속 남편은 좋아했고, 다른 남자와 교제 중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남편을 찾았다. 아니 살면서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남편을 찾았다.
짧은 교제가 본인의 잘못으로 끝이 났다는 미 안 함 때문인지 남편은 항상 힘들어 지쳐 있는 내 전화를 언제든지 받아주었다.
하지만 인연은 매번 빗나갔고 다시 연인관계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미국으로 인턴쉽을 가면서 다시 이 남자에게 의지하지 않겠다 결심을 하고 모든 연락처를 삭제하고 그렇게 인연은 끝나는 거 같았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우연히 다시 남편에 연락처를
알게 되었고, 연락하게 되었고, 우리 두 사람은 이전과 다른 설렘을 느끼게 되었다.
우린 같은 지하철역 10분 거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남편을 다시 만나면서 나는 운명을 믿게 되었다. 돌고 돌아도 다시 만날 인연은 이어지게 되는구나.
다시 만난 남편과 나는 급속도로 관계가 발전이 되었고, 점점 함께한 시간이 늘어날수록 이 남자와의 미래를 그리게 되었다.
결혼을 망설이는 남편에게 나는
‘난 빨리 가정을 만들어 안정감을 찾고 아이를 낳아 오손도손 살고 싶은데 그 모든 걸 오빠와 하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고
그렇게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내 선택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다.
난 정말 이 남자를 오래전부터 줄곧 사랑해 왔고, 남편도 나에 모든 것을 맞추어 주려 노력했다. 지금도 역시.
친정엄마는 남편에 대해 항상 한 단어로 표현을 하신다.
“착한 사람”
남편이 애교가 많이 있거나, 말주변이 뛰어나거나, 하지는 않지만 매사 진심을 다하려고 한다.
그 모습을 저 한 단어로 압축해서 표현하신 거 같다.
나도 그런 모습을 사랑해서 결혼을 했다.
그래서 이 착한 남편에게 내 감정만 앞세워서 떼쓰며,내의견만을 주장할 수가 없었다.
내 감정을 모조리 쏟아부어 말해버리는 나와 다르게, 안으로 본인 감정을 다 품어버리는 사람이기에....
곪아 터져 버리게 계속 상처를 줄 수가 없었다.
차라리 남편의 성격이 불같이 강해서, 우르르 쾅쾅 나와 같이 다 감정을 쏟아버렸으면 한 적도 있었다.
만약 그랬다면 우리가 아직 함께 부부로써 같이 할 수 있었을까?
나에 힘듦이 혼자 감당하기 힘들 때마다, 오로지 내 감정을 토해낼 수 있는 남편에게 난 모든 내 감정을 토해내듯 매번 몸부림쳤다. 남편은 그 모든 나에 몸부림을 온전히 다 받아 주었다.
내가 쉬고 싶다 하면, 이유도 묻지 않고 쉬라 하였고, 모든 그 힘듦을 본인이 다 짐 어지려 하였다.
아이문제만 빼곤 결혼생활 내내 남편은 모든 것을 내게 맞혀주려 하였다.
난 남편이 좋아 남편과 미래를 꿈을 꾸었고, 그 안에 남편과의 아이를 꿈을 꾸었는데..... 남편은 이제 나의 그 꿈을 이루어주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남편은 나에 꿈을 이루어주지 못하게 되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았다.
그런 남편을 보면 나만 포기하면 우리 둘 다 편해질 수 있는데..... 나만 내려놓으면 나도 남편도 한결 가벼워질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점점 내 머릿속에 채워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