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띠남자와 강아지
우리 가족 구성원은 우리 부부 외 강아지가 한 마리 있다.
내가 미국사고 후 한국에 돌아와 질풍노도의 방황기를 겪을 때 잠시 친구 새언니네 강아지를 일주일정도 케어해 준 적이 있다.
생전처음 강아지를 케어하면서 마음의 위로를 많이 받았던 나는 당시 마찰을 겪고 있던 부모님의 반대에도 생후 3개월이 된 어린 강아지를 가정입양했다.
어린 강아지답게 말썽도 많이 부리고 잔병치례도 엄청 많이 했다.
부모님 반대에도 전적으로 내가 책임하에 데려온 강아지였기에 금전적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동물병원 치료비는 상상 이상에 금액이 필요할 경우가 대다수이었다.
어린 생명을 책임지겠다 다짐했음 제대로 케어를 해야 한다는 마음에 생각보다 일찍이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파트타임 페이로는 수술관련된 비용은 감당도 안 되었기에, 제대로 된 일자리가 필요했다.
열심히 준비해서 전공에 맞는 일자리에 그것도 이름 있는 회사에 취직을 했다.
사고 후 그 아무도 내가 이렇게 빠르게 재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주변인은 없었다. 짧게는 몇 년에서 최악으로는 다시는 사회생활을 재기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 지인들도 있었다.
이 작고 어린 강아지가 내가 다시 열심히 살아갈 이유와 목적을 만들어 주는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다.
부모님도 금세 이 아이 매력에 빠져 온 가족에 사랑둥이로 지내다 나의 결혼과 함께 5살 때 결혼 혼수품 1순위로 같이 신혼생활을 함께 시작하였다.
내 남편은 개띠이다. 어렸을 때 잠시 푸들을 키운 적이 있던 이 남자는 강아지를 무척 좋아했다. 만나는 강아지마다 이 남자 앞에서는 온순해지는 강아지계의 마성에 남자이다.
본인 피셜 개띠라서 개들이 본인을 좋아한다고....
우리 집 강아지는 어렸을 때 이웃집 성인남자와의 마찰로 인해 성인남자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 성인남자한테는 짓거나 가끔은 입질도 하곤 했다. 게다가 원체 성격이 쫄보에 사회성이 없어 가족 외엔 죄다 경계를 하는 아이이다.
그런데 남편과 결혼 전 첫 만남부터 남편에게는 바로 안기고 전혀 경계를 하지 않았다.
인연은 있구나. 가족이 될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보는구나. 운명이라는 것을 또다시 믿게 되는 순간이었다.
결혼 전 데이트에 종종 강아지와 함께 나들이, 여행 등을 갈 정도로 완전한 가족으로 남편을 받아들였고, 결혼 후 새로운 환경에서도 강아지는 빠르게 적응해 주었다.
결혼 후에는 강아지가 나보다는 남편을 더 따르고, 남편도 종종 질투가 날 정도로 강아지를 이뻐라 했다.
작은 생명에게도 애정을 쏟고 케어해 주며 이뻐해 주는 모습을 보다 보면 행복하다가 한 번씩 문득 기분이 이상해질 때가 종종 생겨났다.
‘이 아이가 강아지가 아니고 정말 우리 아가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있다면 분명 남편은 아이에게 좋은 아빠가 되었을 거야?’
‘이렇게 행복한 우리 가족에 아이까지 함께 했다면, 얼마나 더 행복했을까?’
남편에 이런 모습에 자식을 더 꿈꾸게 되는 거 같았다.
이 사람이라면 내가 생각하고 꿈꿔왔던 가정에 이상적인 아빠가 충분히 될 수 있는 사람인데....
우리 부부는? 아님 나는? 아님 남편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짓어기에 이렇게 잔인한 형벌을 받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