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평범한 삶.

녹녹지 않다.

by 김부부

삶이란?


각자만에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은 다양하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맞춰서 살아가는 사람, 자신의 인생을 계획하에 개척하면 살아가는 사람.


난 인생을 항상 흘러가는 대로 놔두면서 살지는 않았다.


그렇게 살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다.


이력서 자기소개서에 등장하는 단골멘트처럼, 가난하지도, 유복하지도, 않은 가정에, 아들을 원하는 가정에 둘째 딸로 태어났다. 가족을 위해 치열하게 사시는 맞벌이 부모님 밑에서 난 어려서부터 혼자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마치 잔다르크 여전사처럼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면서 살았다.


성인이 되면서 매번 쉽게 풀리지 않는 내 인생을 어떡하든 구출해내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쉽게 흘러가는 일이 없었다.


그래도 지치지 않고 내 인생에 광명을 찾기 위해 노력을 했다.


하지만 이젠 점점 지친다.


난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아등바등 살고 있는 걸까?


난 항상 평범하게 가 사는 게 목표인데, 이것도 나에게는 사치인가?


치열하게 더 이상 살기가 싫어졌다.


그냥 나도 좋은 말로는 순리대로 물 흘러가듯이, 안 좋은 말로는 닥치는 대로 살기로 결심했다.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사는 평범한 삶도 허락되지 않는 나의 인생에 광명은 사라졌다.


남편을 원망하지는 않았다. 내가 선택한 사람이고, 내가 선택한 결혼이기에. 선택에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는 거라 생각한다.


그냥 다 내려놓고 이제 그만 편하게 살고 싶었다.


다 나만 포기하면 된다고 하니.... 포기하기로 했다.


그렇게 몇 년을 살았다.


아이가 없는 부부로.


남편한테도 그 몇 년 동안은 아이를 갖고 싶다는 애기도 하지 않았다.


전공이 아닌 계약직을 전전하는 처지이지만, 임신유무를 크게 따지지 않는 사무직일을 시작하였고, 남편과 여행도 다니고 아이가 없는 미래도 계획하고 그냥 그렇게 살았다.


이제 내 인생에 아이가 없는 것처럼 지나가는 임산부를 보면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지하철 임산부배려석 쪽을 피해서 지하철을 타고, 아이와 함께 하고 있는 동년배 부부를 봐도 더 이상 얼굴에 미소 짓지 않았다.


내 마음속 아이에 대한 부분에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새어 나오지 못하게 단속했다.


그래야 내가 살 수 있으니.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