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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아내였던 걸까?

다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

by 김부부 Mar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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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날짜 잡아주세요.”


“수술하게 되면 정자를 찾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끝까지 입을 열지 않는 남편대신 난 다시 질문을 시작했다.


“반복적으로 말씀드리지만 상황이 좋지 않으세요. 수술을 해서 세세하게 찾아보기는 하겠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남편과 부정적인 말만 내뱉는 의사 사이에서, 나는 이미 마음속으로 수술을 대한 결정을 내렸다. 시간이 금이라는데 무엇을 지체하겠는가? 한시라도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해봐야지.  남편에 생각 따위를 물어볼 경향도 없었다.  아니 물어도 대답 없을 남편의견은 필요가 없었던 거 같았다.


“수술할래요. 제일 빨리 할 수 있는 수술 날짜가 언제 이죠?”


시간이  지나 지금 생각하면, 온통 수술에 대해 부정적인 말만 내뱉고 있는 의사한테, 무엇을 믿고, 큰 희망을 가지고, 수술을 하겠다고 했으며, 충격에 한마디도 못 내뱉고 있는 남편에게,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주지 않고 무엇이 그렇게 급해서, 일방적으로 수술을 밀어붙였을까?


후회를 많이 한다. 이 모든 것이 추후에 다 아픔이 될 줄 모르고.... 나는 왜 그렇게 급했을까?


”남편분은 수술에 대해 동의를 하시는 건가요? “


수술을 해야 할 당사자는 내가 아닌 남편이니 당연히 남편이 수술에 대한 동의를 해야지 할 수 있는 수술이다.


그런데 답이 없다.


“우선 수술 날짜 잡고 추후에 변경하거나 취소해도 되는 거죠? “


답이 없는 남편 대신 내가 또 앞질러 의사에게 질문을 했다. 의사는 내 질문에 대답대신 아까 본인이 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남편에게 듣기 위해 기다리는 듯했다.


“여보. 우선 수술 스케줄 잡고 생각해 보다가, 아니다 싶은 취소 해도 되잖아. 우선 수술 날짜 잡자.”


“어. 그러자. 알겠어. 선생님 수술 날짜 잡아주세요.”


나는 안다. 수술을 100% 동의해서 알겠다고 한 게 아니라는 것을. 이 상황에서 우선 벗어나고 싶은데, 벗어날 수 있는 제일 빠른 방법은 우선 내가 하자는 대로 해야 끝나는 것을 알기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한 것이라는 것을.....


“그럼 대기실 간호사에게 수술에 관련된 사항 안내받으시면 되시고요. 정자에 도움 되는 영양제 처방해 드릴 테니 수술 전까지 복용하시고 오시면 되십니다.”


“네.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대기실에 나와 대기하는 동안 난 빠르게 남편에 지금 생각을 알아내야 했다.


“여보 수술하기 싫어?” 방법이 없잖아? 수술 아니면, 하지 말까?”


“아니. 그런 게 아니야. 방법이 이것밖에 없다는데 어떡하겠어, 해야지. “


남편은 대화 내내 내 눈을 바라보지 않으려 했다. 이 모든 상황이, 이 모든 대화가 너무 불편하다고 몸부림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그런 남편을 살펴볼 경향이 없었다. 그냥 모든 것이 다 급했다.  


나도 이때 모든 상황이 힘들었다. 빨리 수술해서 정자 찾고 아이를 가져야 이 힘듦이 사라질 거 같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 다수는 내가 이기적이다고  생각할 것이다. 9년이 지난  지금 내가 생각해도 9년 전 나 자신이 매우 어리석고 이기적이게 느껴지니 당연하다.


하지만 9년 전 막 결혼한 일 년 차 새댁이었던 나는 평범한 부부처럼 결혼하고 임신하고 절차대로 흘려갈 줄 알았던 나의 결혼생활에 생각지도 않은 암초를 만난 것이었다.  아이 없는 결혼생활을 1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나의 결혼생활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저 상황에서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떻게 했어야 남편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었을까?  

현재에 나는 지금도 고민한다. 저때에 내가 다른 결정을 내리고, 다르게 행동했다면, 서로 덜 상처받고, 덜 힘들었을까?


9년 동안 아이문제로 트러블이 생기 때마다 저 순간이 무수히 반복적으로 생각이 났다. 내 선택이.... 온순히 내가 내린 결정으로 다 벌어진 일들일까?  내가 남편에 선택을 더 기다리고 시간을 가졌다면, 다른 일들이 생겼을 텐데....... 그럼 우리 부부의 인생이 지금과는 다르게 흘려가고 있었을까?  


잘못된 선택으로 평생 내가 안고 가야 하는 짐이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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