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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길을 찾는다

by 조은영 GoodSpirit

빈 화면에 커서가

깜빡이를 켜고 있다

좌측인지 우측인지

방향을 알 수 없다

비상 깜빡이다


방향도 모른 채

비상에 걸려 깜빡인다

무엇이 비상인가


생각은 글을 내버려 두고

저만치 앞질러 가고

손끝은 생각을 더듬어 쫓

끝내 길을 잃었다


잡힐 듯 말 듯한 생각의 편린

기어이 붙잡으려는 바동거림

어디 그뿐인가


들고 나는 만큼

팔딱대는 심장만큼

잦고 절실한 나날의 바동거림


그 바동거림이 있어

생각은 다시 손 끝에 닿고

글은 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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