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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차오른다

에필로그

by 조은영 GoodSpirit

달은 차오른다. 차면 기울고 기울면 다시 차오른다. 그것은 주기이며 리듬이다. 삶도 그렇다. 차오르고 기울고를 반복한다. 기울었던 적이 있으니 차오르는 것이고 차오른 적이 있으니 기우는 것이다. 한쪽만 있어서는 다른 쪽을 알 수 없다. 삶에는 모든 상반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언제나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상반되는 것을 통해 다채로운 경험을 하고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년의 시간: Adolescence>에서 제이미 밀러의 살인사건을 담당한 루크경위와 프랭크경사가 나눈 대화 중에 프랭크경사의 한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All kids really need is one thing that makes them feel okay about themselves.”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거예요.


너무 흔한 말이지만 너무 맞는 말이다. 프랭크경사는 예술과 사진을 가르쳤던 벤턴선생님의 수업을 통해서 그림을 좋아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청소년기에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알지 못한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남들의 평가에 의존한다. 그리고 정말 많은 능력을 가지고서도 자신을 스스로 괜찮다고 느끼지 못하고 불행한 경우가 많다.

내가 나를 괜찮다고 인정해 주는 것에는 수십 가지의 이유가 필요 없다. 단 한 가지만 있어도 된다. 굳이 잘하는 것이 아니어도 된다. 요리를 본능적으로 잘하는 게 아니어도 요리를 좋아하고 누군가와 나눌 수 있거나 운동신경이 뛰어난 것이 아니더라도 운동을 통해 자신의 페이스를 조절해 나가고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있거나 타고난 글쟁이가 아니더라도 글을 쓰면서 자신을 발견하며 소통하며 성장하는 것을 즐길 수 있다면 된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이로운 무언가를 꾸준히 하면서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나는 배고픈 달이었다. 언제나 결핍을 느꼈다. 하지만 내가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받아들이면서 원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되어가면서 배고프지 않았다. 나의 배고픈 달과 작별을 고하면서 당신의 배고픈 달에게 안부를 물으며 연재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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