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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속의 삶, 이토록 아름다운 이유

by om maum

예술로 가슴을 여는 순간


아주 어린 시절이었습니다. 다섯 살, 아니 여섯 살쯤 되었을까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이었으니 분명 그 이전의 일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들으시던 권진원의 “살다 보면”이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이상하게도 마음이 뭉클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무언가 몽글몽글하면서도 가슴이 간질간질했던 그 느낌은 어린 제가 언어로 설명할 수 없었지만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그건 제가 음악을 통해 느낀 첫 번째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지금도 우연히 라디오에서 그 음악이 흘러나오면 처음 들었던 그 느낌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 어머니의 휴대폰 벨소리로 흘러나오던 “펠리스 나비다(Feliz Navidad)”를 들으며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기분을 좋게 하려거나 음악을 의도적으로 들은 것도 아닌데, 우연히 듣게 된 음악이 저에게 다시 한번 특별한 경험을 준 것이죠. 그때부터 저는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고, 부모님의 권유로 중학교 때부터 음악을 전공했습니다.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대학에서도 음악교육을 전공한 뒤 현재 음악교사로 재직 중입니다.


지금까지 음악과 함께하며 정말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항상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음악’이 한자 뜻처럼 “소리를 즐기는” 일이 아니라, 입시와 콩쿠르 같은 경쟁으로 내몰리면서 성과 위주로 바라보게 되는 시절이 더 많았습니다. 음악을 연습하며 타고난 재능을 가진 친구들을 보며 열등감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그때의 저는 음악을 하면서도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연주자의 음악이나 우연히 발견한 멋진 곡을 들을 때만큼은 온전히 몰입하며 음악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20대 후반, 우연히 심야 영화로 본 “러빙 빈센트”라는 영화가 제 인생에 또 다른 예술적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을 배경으로 흐르던 음악 “Starry Starry Night”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생애 처음으로 미술작품에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고흐의 작품들을 찾아보며 전시회를 방문하고 관련 책을 읽는 등 깊이 빠져들게 되었죠. 결국 고흐의 작품을 직접 보고 싶어 파리까지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제 거실과 방에는 좋아하는 고흐의 작품 포스터가 걸려 있습니다.


이렇듯 저는 음악과 미술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설렘과 감동을 느껴왔습니다. 한국민속촌에서 본 사물놀이 공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불리는 노래, 뮤지컬, 댄스, 그 어떤 예술이든 간에 가슴으로 느끼는 감동은 제게 특별한 경험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예술이란 무엇일까요? 누군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예술은 가슴이 열리는 찰나의 순간을 잡아놓은 것이다.” 그 말처럼, 예술을 통해 느끼는 감동과 희열은 평소 느껴보지 못했던 특별한 경험이 됩니다.


예술을 향유하는 삶


어떤 장르가 되었든 상관없습니다. 클래식, 뮤지컬, 오페라, 트로트, 힙합, 댄스, 미술, 독서, 영화감상 등 자신만의 감동을 찾을 수 있는 예술이라면 충분합니다. 삶이 힘들고 어려울수록, 잠깐이라도 예술을 느끼며 숨을 고르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최근 학교 축제에서 학생들과 무대를 준비하며 이런 감정을 다시 느꼈습니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춤추고 노래하는 동안 모두가 그 순간에 몰입하며 행복해 보였습니다. 특히 다문화가정 출신으로 학업과 친구 관계에 어려움을 겪던 한 학생이 뮤지컬 무대에 올라 환하게 웃으며 노래하던 모습이 잊히지 않습니다.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그 학생의 열린 가슴과 밝은 웃음은, 그 순간만큼은 확실히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 학생은 분명히 제가 느꼈던 특별한 경험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원천이 될 것입니다. 저는 음악교사로서 이런 경험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


이번 축제를 준비하면서 저 자신 역시 힘들고 지친 순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무대에 서서 학생들과 음악을 하는 동안은 저 또한 가슴이 열리고 뭉클해지며 음악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만든 무대는 단순한 업무를 넘어 저에게도 큰 감동을 준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선생님들과 함께했던 교사 치어리딩 공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입견이나 단점은 잊히고, 모두가 좋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그 결과가 성공적이었을 때, 서로에 대한 공감과 긍정적인 에너지가 배가 되었습니다.


마음을 열어줄 예술을 찾아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합니다. 수준 높은 예술 활동이 아니라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예술의 형태로 경험해 보라는 것입니다. 스스로가 몰입하고, 설레고, 추억할 수 있는 감동을 주는 예술이라면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뮤지컬을 예로 들면, 좋아하는 작품을 예매하는 순간부터 공연을 보러 가는 길, 감상하는 동안, 공연을 보고 난 뒤까지 모든 과정이 설렘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세월이 흘러 우연히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그 작품의 음악을 듣게 되었을 때, 그때의 설렘을 추억하며 또 한 번 마음이 촉촉해질 것입니다.


“당신에게 가슴을 열고 감동을 줄 예술은 무엇인가요?”삶의 무게 속에서도 한 번쯤 자신만의 예술을 찾아보세요. 어느 누구도 들여다봐주지 못하는 나의 깊숙한 내면까지 다가와 어루만져주고 치유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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