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그 학생(A)이 부디 잘 살고 있길 바라며..
매년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다 보면,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생깁니다. 요즘 한 반의 학생 수는 많게는 20명대 후반, 적게는 20명대 초반입니다. 그들은 모두 다른 삶의 배경에서 자라와 각자의 특성, 개성이 강하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을 하거나 학생들과 대할 때마다 조심스럽게 접근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짧은 교직생활이지만 기억에 남는 안타까운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2021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 담임을 맡고 있었고, 첫 담임이라 학생들에게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2020년에 학교폭력 담당을 맡았던 생활지도부에서 자주 만났던 학생이었습니다. 저는 그 학생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하려 했습니다. 그 학생은 학교를 자주 결석했으며, 교칙이나 사회적 규범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몇 차례 경찰서에서 전화를 받기도 했었습니다.
그 학생을 'A'라고 칭하겠습니다. A의 어머니와 자주 연락을 주고받으며, A가 학교에 잘 나와서 '졸업만이라도 하자'는 목표를 함께 세웠습니다. 그러나 A는 학교에 오고 싶을 때만 오고, 그렇지 않으면 무단결석을 반복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원격수업이 병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수업에 접속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진급을 위한 출석일 수가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고2 학생들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진학상담, 진로 상담, 생활기록부 작성 등 담임으로서 해야 할 일이 많았지만, A를 반드시 졸업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어느 날, A가 학교에 등교했을 때, 저는 다른 학생들을 하교시킨 후 A를 학교 근처 고깃집으로 데려갔습니다. 그곳에서 고기와 밥을 실컷 먹이며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A는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없었고, 엄마와 누나와 함께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삼촌이나 이모부, 고모부 등 주변에 그를 이끌어줄 남자 어른이 없었으며, A는 언제나 혼자였고, 그가 방황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 외로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규칙과 질서가 자신에게는 너무 멀고, 그를 인도할 남자 어른이 없다는 현실이 점차적으로 그를 고립시켰을 것입니다. 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대했고, 그것이 점점 더 그를 어둡고 위험한 길로 이끌었을 것입니다. 저는 그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제가 어쩌면 A에게 마지막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 남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진심으로 현재 상황을 걱정하며 미래에 대한 방향을 조심스레 제시했습니다. 고기와 밥을 먹고 나서, A는 저에게 "수학여행 언제 가요?"라고 물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는 그 학생 안에 여전히 순수한 모습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저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학교를 잘 나오면 수학여행도 갈 수 있지 않겠냐"며 답했습니다. 내일부터 A가 학교에 잘 나올 거라고 기대하며 그 친구와 멋쩍게 헤어졌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 A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배가 아파서 학교에 못 간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그 문자를 보고, A의 문자가 비록 거짓말일 수도 있겠지만, 제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잘 쉬고 내일 학교에 나오라"라고 답장했습니다. 그 후, A는 계속해서 학교에 나오다 말다 했습니다. 그러던 중 A가 또 학교 밖에서 잘못을 저지른 일이 발생했고, 생활지도부에서 반성문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 분량은 B4 용지 양면 5장이었는데, A는 그것을 제대로 채워오지 못하고 단면만 작성해서 제출했습니다. 담당 선생님은 이를 다시 작성해 오라고 했고, A는 그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며 대들었고 화를 냈습니다.
생활지도부 선생님으로부터 급하게 전화를 받고, 저는 A를 만났습니다. 그 와중에 고맙게도 A는 저를 보고 울면서 자신이 억울하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물론 A가 백번 잘못했지만, 그의 입장에서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A를 진정시키고, 그의 어머니를 학교로 모셔와 상황을 설명드렸습니다. 어머니도 차분히 대화하시며 A의 입장과 제가 노력한 부분을 이해해 주셨습니다. 결국, A와 어머니는 담당 선생님에게 사과하며 사건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학생에 대해 편견 없이 돕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반복되는 실수와 변화가 더딘 모습에 무기력함이 내 안에서 자꾸만 커져갔습니다. A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었지만, 그럴수록 점점 내 마음속에서 '과연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A와 크고 작은 일로 옥신각신하다 보니 1학기가 끝났고, 여름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학교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비교적 여유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중, 갑자기 교감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A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가슴이 철렁하며 A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사실 그 일을 알고 전화하신 거죠?"라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그 사건에 대해 자세히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정말 큰 사건이었고, 결국 A는 2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소년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는 아직까지 그 학생을 만나거나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때 저는 후회가 되었습니다. A가 "수학여행 언제 가요?"라고 물었을 때, 아직 학생다운 순수한 모습이 있었고, "배가 아파서 학교 못 가요"라는 문자를 보낼 때도 미안한 마음을 전할 줄 알던 그 학생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학생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더 이상 그런 모습을 기대하기 어려운 큰 사건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 후 소년원에서 A의 생활기록부를 공문으로 받았고, A의 모습을 사진으로만 보았지만, 몇 달 사이에 많이 변한 모습이었습니다.
지금쯤 A는 사회에 나와 성인이 되었을 텐데, 과연 잘 지내고 있을지, 아니면 그 모습 그대로 나쁜 길로 빠졌을지 궁금합니다. 그래도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조언을 해줬던 선생님이 있었다는 사실을 한 번이라도 기억하며, 부디 잘 살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A의 사건은 저에게 깊은 교훈을 남겼습니다. 학생들을 단순히 성적이나 규율로만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의 삶, 배경, 감정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접근을 해야만 진정한 교육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A에게 내가 더 해줄 수 있었던 일이 무엇일까, 그가 방황하는 동안 내가 더 신경을 썼다면 그가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었을까 하는 후회가 떠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A의 일이 저에게 중요한 교훈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2022년, 또 다른 비슷한 학생을 만났을 때, 저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 더 신중하고, 좀 더 따뜻하게 다가갔습니다. 이번에는 결과적으로 보람찬 일이 있었고, 그 학생이 성공적으로 학교생활을 마무리하고 졸업하며 행복한 졸업식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경험이 저에게 다시 한번 확신을 주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놓치는 작은 관심과 배려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다음화에서는 저에게 확신을 줬던 그 에피소드를 연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