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달리기'를 하는 이유
2024년 1월, 새로운 취미가 생겼습니다.
바로 달리기입니다. 평소 마라톤을 꾸준히 해온 20년 지기 친구가 마라톤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을 때, 그 말에 솔깃했습니다. 그래서 2월에 있을 10km 마라톤 대회를 패기 있게 신청하고 처음으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7-8년 전이지만 군대에서 특급전사 타이틀을 항상 가지고 있던 터라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전에 대회 준비 훈련을 하거나 러닝화, 러닝복을 준비하지 않고 평소 헬스장 가던 복장 그대로 대회에 나갔습니다. 수천 명이 모인 대회장에 도착하자, 추운 겨울이었지만 열정 있는 사람들의 좋은 에너지가 온몸에 퍼지며 도파민이 솟구쳤고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출발선에 서서 총성소리를 시작으로 10km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차오르는 숨, 무거워지는 다리에도 대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56분대로 기록을 세우고 완주했습니다. 기록보다는 쉬지 않고 완주했다는 성취감과 만족감이 더 컸습니다.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고 사우나에서 몸을 풀고 나오는 길은 상쾌했고, 다음 마라톤 대회를 함께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친구는 꾸준히 마라톤을 해온 터라 40분 중반대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 덕분에 나도 더 좋은 기록을 목표로 삼고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주말에 근교 아울렛에 가서 러닝화를 사고, 매일 3-4km씩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다음 대회에서는 52분대, 그다음엔 48분대의 기록을 세우며 점점 기록 단축의 재미를 느꼈습니다. 열심히 훈련하다 보니 다음 대회가 더욱 기대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4번째 대회에서 기록이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이번엔 50분대에 그쳤습니다. 10km를 열심히 뛰고 왔지만, 그전에 느꼈던 성취감보다는 패배감과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초반 페이스를 좀 더 올릴 걸", "중간에 힘들어도 조금만 더 참을 걸", "막판 스퍼트를 더 했어야 했는데…" 이런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대회 끝나고 항상 그래왔듯 점심을 먹고 사우나에서 몸을 녹이는 동안 친구와 함께 기록에 대한 아쉬운 점들을 계속 얘기했습니다. 그러다가 깨달았습니다. "기록에 연연하지 말자. 건강을 위해 꾸준히 달리기를 하며 대회는 동기부여 차원에서 참여하는 거다." 이렇게 마음을 다잡고 나니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다음 대회를 준비하면서 러닝에 최적화된 반바지와 싱글렛을 사고, 고민 끝에 카본화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한 번에 달리는 거리도 10km~15km로 늘리면서 다음 대회를 준비했습니다. 그다음 대회에서 47분을 기록했고, 10월에 있을 대망의 '춘천마라톤'을 목표로 훈련에 집중했습니다.
주말 아침에 눈이 떠지는 대로 바로 나가서 달렸고, 퇴근 후에도 뛰었으며, 시간이 부족할 때는 밤 10시, 11시에도 뛰었습니다. 춘천마라톤의 목표는 45분 이내로 뛰는 것이었습니다. 대회 당일, 대회 3시간 전 죽과 바나나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준비운동과 마인드 세팅을 마친 뒤 출발선에 섰습니다. 우리나라 3대 마라톤 중 하나인 춘천마라톤은 대규모 대회여서 출발하기 전부터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출발 총성이 울리자, 빠르게 치고 나갔고, 2km 구간까지는 두 번째 그룹에서 2,3등으로 달렸습니다. 도파민이 넘치며 오버페이스가 되었고, 이후에는 심박수를 조절하며 달렸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엎치락뒤치락하며 5km 구간을 지나고, 페이스가 떨어질 때마다 다시 올리며, 숨이 차면 속도를 조절했습니다. 7,8km 구간을 통과한 후, 마지막 1~2km는 후회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온 힘을 다해 달렸습니다. 결승선이 보이기 시작하자 전력 질주를 했고, 골인 후 기록을 확인했더니 42분 19초였습니다! 목표했던 45분보다 훨씬 더 앞당긴 시간으로 완주한 것입니다. 전체 참가자 중 약 9600명 중 147등이었고, 엄청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그 후, 근처 사우나에서 몸을 풀고 춘천 닭갈비를 먹으며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몸은 지치고 힘들었지만, 마음은 충만했습니다.
춘천마라톤을 마지막으로 올해 대회는 모두 마쳤고, 내년 대구마라톤 10km와 고양하프마라톤 하프부문에 참가신청을 해두었습니다. 또 좋은 기록을 목표로 12월의 추운 겨울에도 매달 100km 이상씩 달리고 있습니다. 달리기를 1년 동안 꾸준히 해본 결과, 얻은 장점이 너무 많습니다. 첫째, 체중 조절에 큰 도움이 됩니다. 저는 달리기를 시작한 후 81kg에서 72kg까지 체중이 감소했습니다. 둘째, 근심이나 걱정거리가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10km씩 달리는 동안, 차오르는 숨과 무거워지는 다리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민이 사라집니다. 셋째, 매달 목표했던 거리를 채우고 대회에서 좋은 기록을 달성하면 큰 성취감을 얻습니다.
또한, 생활습관도 자연스럽게 바로잡히게 됩니다. 달리기를 해야 하니까 술자리를 피하게 되고, 운동한 만큼 영양소를 잘 챙겨야 하므로 식단에도 신경 쓰게 됩니다. 몸이 무거워지면 달리기가 방해가 되기 때문에 인스턴트나 정크푸드는 멀리하게 됩니다. '달리기'를 시작했을 뿐인데 내 삶에 긍정적인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위에 함께 러닝 하자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처음 입문하는 친구들과는 빠르게 달리거나 기록을 쫓기보다는, 건강한 달리기 자체가 좋은 자극이 되도록 함께 페이스를 맞춰 뛰고 있습니다. 분명한 건, 달리면 할수록 기록이 좋아진다는 점입니다. 좋아진 기록은 내재적 동기를 만들어 주고, 또 다른 성취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건강한 취미 문화가 확산되어 마라톤 대회를 접수하기가 하늘에 별따기가 되었지만 혼자 외롭게 뛰는 게 아닌 대한민국이 모두 함께 뛰고 있다고 느낍니다.
여러분도 '달리기'를 한번 해보세요. 처음부터 비싼 러닝화는 필요 없습니다. 집에 있는 운동화로 가볍게 10분이라도 밖에서 뛰어보세요. 그 상쾌함과 성취감을 조금씩 늘려가면 됩니다. 습관이 되었을 때, 그때 적당한 러닝화를 사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