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해보는거야.
문 앞 시멘트 바닥이 시커멓게 얼룩져 있다. 찐득한 음식물과 기름때인지 모를 자국들이 발을 붙잡을 듯하다. 신발에 들러붙을까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겨본다.
문을 여는 순간, 묵은 기름 냄새에 섞인 튀김 냄새가 코를 찌른다.
라꾸라꾸 같은 간이 침대에 누운 삐쩍 마른 남자가 힐끗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다시 눈을 감는다. 한쪽 팔에는 조잡한 문신이 빼곡하다.
"안녕하세요! 쿠팡이츠, ASL 가지러 왔어요."
쿠팡이츠 배달 앱을 켜면 단조로운 멜로디와 함께 픽업할 음식점의 위치, 그리고 여섯 자리 숫자의 음식 코드가 뜬다. ASL은 그 코드의 뒷부분이다.
몇 번 해봐서 익숙하지만, 이 가게는 처음이라 픽업 장소를 몰라 두리번거리며 말을 걸었다.
침대에 누워 있던 가게 주인은 귀찮다는 듯 고개만 살짝 들더니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 거기 뒤에 아이스박스 있잖아요."
어수선한 가게 안을 둘러보니, 구석에 아이스박스가 있다. 뚜껑을 열자 하얀 비닐봉지에 싸인 배달 음식이 들어 있다.
배달을 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 음식점에서 픽업할 때, 친절한 인사나 반응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것.
처음에는 나름 유쾌하게 인사를 건네고, 음식을 기다리며 농담도 한마디씩 던졌다. 하지만 투명인간 대하듯 하는 경우를 몇번 겪고나서는 나 역시 불필요한 친절을 접어두게 되었다.
그래도 "안녕하세요"와 "수고하세요" 정도는 기본 예의라고 생각했지만, 가끔은 지금처럼 사람을 하찮게 대하는 듯한 태도를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소심한 복수라도 하듯, '수고하세요.' 라는 끝맺음은 접어두고 말없이 음식을 들고 나온다.
배달을 처음 시작한 게 작년 9월이었나, 10월이었나. 그 동안 꾸준히 한것은 아니지만 시작은 그 즈음이다.
그 무렵, 개인적으로 마음을 어지럽히는 일들이 겹치며 밤이면 무작정 차를 몰고 도로를 떠돌았다. 그러다 어느 날, 오토바이 한 대가 위태롭게 내 차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때 문득, 예전에 아는 동생으로부터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형, 코로나 때 쿠팡이츠 처음 생겨서 배달했는데, 돈 제법 괜찮았어. 부업으로 하는 사람도 많고."
당시에는 흘려들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순간 그 말이 다시 떠올랐다.
목적 없이 거리를 배회하는 것도 위안이 되지 않았고, 집에 가만히 있자니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그때 내게 주어진 하나의 미션이 배달이 되었다.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쑥스럽고, 뻘쭘하고, 머뭇거리게 된다.
하지만 풍파 많은 인생, 별별 경험을 다 겪다 보니 이번에도 씩씩하게, 망설임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
'뭐 어때 하다 영 못할것 같음 안하면 되지.'
그렇게 시작한 배달은 의외로 재미있었다. 소소하게 부가적으로 돈도 생기고, 마치 게임처럼 임무가 주어지는 것도 나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골치 아픈 일로 답답할 때, 혹은 특별한 약속도 없지만 바깥으로 돌아치고 싶을때, 배달은 나에게 마음의 평화와 돈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일이되었다.
물론, 두 시간 동안 차를 몰고 다니다가 겨우 삼사천 원짜리 한 건만 하고 들어올 때도 있다.
하지만 새벽의 텅 빈 도로를 가르며 음악을 들을 때, 그 순간만큼은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기분이다.
부득이하게 그 낭만을 깨는 건 조수석에 자리 잡은 치킨 냄새뿐이지만.
그게 무엇이든 한번 해볼까? 생각이 있었다면 그냥 해버리는건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