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왔습니다!

다른 이의 시선

by 삼류작자


"아까도 10분만 기다리라고 하셨잖아요. 근데 또 10분이요?"


시끌벅적한 술집.

방금도 10분이면 된다고 해서 밖에서 기다렸다가 다시 들어왔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또 10분. 미안한 기색조차 없는 그 말이 괜히 화를 돋운다.

차라리 처음부터 "20분 정도 걸린다"라고 했다면 나았을까? 괜히 기다릴 바엔 그냥 취소하고 갔을지도 모른다.


"아, 기다리기 뭐 하시면 취소하세요."

순간 울컥했다.

우물 안의 개구리라 했던가. 이 세계가 어느덧 내 우물이 되어 화가 날 때도 있고, 사소한 것에 기쁠 때도 있다.

때론 이런 순간이면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하지만 막상 어떻게 화를 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돌아서려는데, 바로 옆 술자리에 앉아 있던 한 남자가 나를 힐끗 보더니 따라 나오며 말을 건다.


"혹시… 맞네. 형, 여기서 뭐 하세요?"

"어… 어… 야, 오랜만이네."


머쓱하게 대답하며 가게 밖으로 나오자, 그는 담배를 꺼내 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대충 들어보니 회식 후 2차로 몇 명이 왔다고 한다.

유리창 너머로 가게 안을 보니, 익숙한 얼굴들이 몇 보인다. 눈이 마주친 누군가가 손을 살짝 들고는 옆 사람에게 내 얘기를 하는 듯 연신 입을 뻐끔거린다.


'내 얘기를 하려는 걸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뭔가 창피하고 불편한 기분이 스쳤다.

그 어떤 해명도 상황을 설명할 이유도 없다.

그들의 수군거림에 휩쓸리기 전에, 그저 이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야, 나 가야겠다. 파이팅 하시고."

"에이, 형. 시간다 돼 가는데 배달물건 기다리시는 거 아니에요?"

"어… 아, 그냥 가려고."

"네, 수고하세요! 파이팅!"


차에 올라탔다.
사실 여태 기다린 것도 있고, 원래대로라면 차 안에서 음악이나 들으며 다시 음식 가지러 들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냥 차를 출발시켰다.

달리는 차 안에서, 괜히 초라해 보였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자존심이 상했다.


'북적이는 술집.
배달할 물건을 받기 위해 어정쩡하게 서 있는 모습.
술집 종업원인지 업주인지, 약간은 쏘아붙이는 말투를 받아내는 모습.
그 삼박자를, 나를 아는 사람들이 바라본다는 것.'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다.
그런데도 가끔, 의미 없는 그들의 시선에 괜히 감정이 상할 때가 있다.




새삼 느낀건 세상 누구의 눈치도 안 보고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
또 달리 보면, 세상 모든 눈치를 보며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결국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어쨌거나 스스로 휘둘리지 않고 남이야 뭐라던 내멋대로 사는 사람이라 믿어왔지만,
역시 한 번씩은 마음이 긁히는 걸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아무렴 어때.'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보니, 다음 임무도 안 들어온다.

그냥 어플을 껐다.


'에이씨. 재미없네. 오늘은 하지 말자.'


.......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갈대처럼 휘둘리는 사람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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