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일회용 용기들
자정이 넘은 시간.
띵 땅 똥..
배가 고파졌다.
햄버거는 최애 음식 중 하나다.
아마 올드보이의 최민식처럼 갇혀버린다면 군만두가 아닌 햄버거라면 좋지 않을까?
단백질, 탄수화물, 그리고 어쨌거나 조금은 붙어 있는 야채 덕분에 식이섬유까지…
혹자의 말처럼 햄버거는 완전식품이다.
감자튀김은 완전식품의 오점이라 생각되어 세트 메뉴는 잘 안 먹는다.
거의 늘 햄버거 단품에 제로 콜라나 커피를 픽한다.
출출함에 잠이 안 와 나선 밤 12시에 기분 좋은 배달 한 건 하고
햄버거와 제로 콜라 하나를 먹는다.
이 시간에도 햄버거를 파는 맥도날드가 고맙다.
누런 종이봉투 속에 다시 한번 종이로 싼 버거.
제로콜라는 일회용 종이 용기, 플라스틱 뚜껑, 그리고 종이 빨대.
가능한 한 최대한 분리수거를 한다.
하지만 언제나 이 종이 빨대로 음료를 마시면 뭔가 상쾌하지 않다.
특히 나처럼 한 잔을 오랜 시간
찔끔찔끔 마시는 타입은
종이가 녹는 듯한 불쾌함을 알 것이다.
아마 나처럼 햄버거를 좋아하고 미국에 사는 트럼프 씨도 음료를 천천히 마시는 게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종이 빨대를 없애버리자는
트럼프 씨의 생각에 나도 동의한다.
정확히는, 배달을 해보며 동의하게 됐다.
조금 전, 차를 끌고 집 밖으로 나와
그 기분 좋은 배달 한 건만 봐도
'종이 빨대는 개뿔…'이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
햄버거를 사러 가는 길.
겸사겸사 이동 중 배달 앱을 켰다.
조금 중심가를 지나는데 띠링띠링~ 배달이 잡힌다.
2500원… 에이, 너무 싼데. 귀찮은데 하지 말까?
운전 중이라 슬쩍 보니, 픽업할 매장이 바로 내 앞에 보인다.
'오호라, 이렇게 나온단 말이지. 이건 못 참지.'
냅다 수락하고 멈춰서 들어가 물건을 가져 나왔다.
차에 앉아 픽업 완료를 누르고, 배달지로 이동 버튼을 누르자
내비게이션이 ‘도착했습니다’라고 뜬다.
어… 뭐가 잘못됐나?
가끔 네비가 픽업 장소로 뜨는 경우가 있어, 앱을 껐다 켜서 다시 해본다.
그런데 또 제자리다.
핸드폰의 주소를 자세히 보니, 방금 내가 물건을 실은 매장 2층 원룸에서 주문한 것이다.
솔직히 좋으면서도 이상했다.
어떻게 바로 아래 매장에서 포장이나 취식이 가능한데 그걸 굳이 배달을 시킬까?
솔직히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 어쨌거나 길을 지나다 잠깐 멈춰서 2500원 줍는 기분이다.
그건 그거고,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
내가 그렇게 갖다 준 물건은 디저트류였다.
일회용 은박 발포 주머니(보냉용)에 우유팩만 한 무언가가 들어 있었다.
무게가 헐겁한것이 대충 200ml 우유 한 팩 정도 되려나
은박 주머니 안 내용물은 안 봐서 모르겠지만,
아마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바나나 몇 조각, 딸기, 키위, 아이스크림, 요거트..
그런 게 한 컵 담겨 있었을 것이다.
그 한 주먹의 무언가를 담기 위해 플라스틱용기와 내 신발도 거뜬히 들어갈 만한 크기의 은박 주머니.
그런 걸 보고 있으면, 지금 내가 입에 물고 있는 눅눅한 종이 빨대는
무슨 의미인가 싶다.
아마 트럼프 씨도 배달 알바를 해본 게 아닐까?
그런 점에서 보면, 나는 말만번드르한 환경론자보다 더 환경 보호자다.
분리수거는 철저하고, 음식물도 잘 남기지 않는다.
라이더에겐 미안하지만, 배달을 시켜 먹지 않아 일회용 용기도 나로 인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국밥을 집에서 먹고 싶을 땐 촌스럽게 냄비 하나 들고 가서 2~3인분 사 오며 거기에 담아 달라고 한다.
아마 내가 배출하는 쓰레기나 음쓰는 대한민국 평균의 100분의 1도 안 되지 싶다.
그렇지만..
눅눅한 종이 빨대는 영 적응이 안 된다.
그냥 플라스틱 빨대로 시원하게 콜라 한 잔 마시면 안 되냐?
온갖 일회용 용기를 마구 쏟아내며 빨대는 굳이 종이로? 솔직히 납득이 안 간다. 납득이~
예를 들면 플라스틱 빨대를 쓰되 페트재질로 무색투명하게 재활용이 용이하게 규제를 하는 것이 더 나은 방향 아닐까?
아아가 담긴 플라스틱 용기와 같은 재질이 되어 빨대가 꼽힌 채로 분리수거 함에 넣게 되니 좋지 않은가? 또 콜라는 종이컵에 플라스틱 뚜껑인데 그냥 종이컵에 종이 뚜껑이면 어떨까?
아니면 아싸리 플라스틱 컵에 플라스틱 뚜껑 그리고, 같은 재질 빨대라면?
그러니까 내 말은 행정적으로 모든 일회용 포장 용기는 재활용이 가능한 단일 재질로 만들어야 한다는 규제가 생기면 어떨까.. 하는 거다.
빨대 따로, 뚜껑 따로, 비닐 따로 뜯고… 이럴 것 없이,
먹고 나면 내용물만 씻어내고 한 곳의 분리수거함에 넣는다는 상식이 자리 잡히면 분명 재활용률도 훨씬 올라갈 거다.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장에 붙은 안내문을 보면 스티로폼도, 과일 상자에서 나온 것과 만두 포장그릇 같이 얇은 건 코팅돼 있어 재활용이 불가하단다. 결국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라는 소리다.
이미 일회용품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규제의 방향은 모든 일회용품에 대해 재질과 불필요한 색상 등을 명확히 규제해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만드는 것이 옳다고 본다.
국제적으로 어떻다 저떻다 할 필요가 있나?
세계의 리더인 양, 그 방향을 행정적으로 그냥 선도해 버리면 되는 것 아닌가?
처음 글을 시작할 때 경험한 에피소드 하나를 조금 각색하여 에세이나 소설 시나리오 느낌으로 쓰고 관련된 생각을 시사하는 바가 있는 글로 연결하고 싶었다.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이 읽는 분은 얼마 없지만 내가 생각하고 쓰는 것들이 전혀 시사점이 없는 건 아닌가? 혹시 잘못된 정보를 적는 건 아닐까? 등등 조심스럽단 생각이 들어 못 박아두고 싶다.
-경고-
글을 쓸 때 대부분은 경험과 생각을 기반으로 하여 쓰며 또한, 틈틈이 쓰는 것이라 간단한 정보만 확인한 후 작성합니다.
어디선가 읽거나 들은 것들을 짜깁기한 것도 아니라 그 정보가 정확하지 않거나 그 전문성이 상당히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경고'는 안 믿기시겠지만 일종의 위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