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최고의 짜장면은?

짜장면 로드.

by 삼류작자


역시.. 짜장면이 먹고 싶어졌다.

이름 모를 누군가의 짜장을 나르다 그 진한 간장 냄새 같은 뭔가를 맡아버렸다.

수십 년간 기억에 새겨진 그 냄새. 아니 향기던가

내일 점심은 그 가게를 찾아가서 그 짜장을 먹겠노라 나에게 약속했다.



작은 동네 골목에 숨어 있는 허름한 중국집.

테이블 몇 개, 벽에는 색이 바랜 메뉴판.

창문 틈 사이로 볕이 살짝 들어온다.


하룻밤이 지났지만 변함없이 나의 입은 그 짜장을 원하고 있었기에 계획대로 행동했다.

사장님이 큼지막한 그릇에 자장면을 내온다.

검은 윤기가 흐르는 짜장, 얇지 않은 돼지고기, 아삭한 양파 조각이 보인다.



흠... 이건, 기대 이상인데.

냄새만으로 선택된 곳이지만 지금은
비주얼이 나를 유혹하고 있다.
면이 탱글탱글한 게, 분명 예사 짜장면은 아니다.

젓가락을 들고 짜장면을 휘휘 비비자

그 익숙한 냄새가 퍼져올라 군침돌게 한다.

연이어 질척하게 비비는 소리가 천천히 번져 곧 입안으로 들어 올 준비가 된 것을 알려온다.
그렇게 비벼진 짜장의 점성이 면에 착 달라붙어 고동색 윤기가 흐른다.


완벽하다.

이 멋진 음식은 코로 시작해서 귀를 거쳐 눈으로 식욕을 자극시킨다.



역시 짜장은 잘 비벼야 해.

짜장은 주방장의 요리에 나의 마무리가 꼭 필요한 협업이다.
대충 섞으면 짜장면에 실례가 아니겠나.


첫 젓가락.

언제나 가장 맛있는 첫 젓가락.

있는 욕심껏 한 움큼 집어 올린다.


한입에 크게 흡입하듯 면을 물고, 빨아 당겨 입안 가득 대충 우적거려 삼켜버린다.

짜장은 게걸스럽게 입안에 쑤셔 넣듯 먹으면 또 맛이 다르다.

아마 목젖에도 미각 세포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급한 욕심은 채우고 나서는 차분히 또 한 젓가락 입안으로 넣고 음미해 본다.


... 그래, 이 맛이지.
기름지고, 짭짤하면서도 단맛이 살짝 도는 이 복합적인 맛.
그런데, 느끼하지는 않아.
양파의 씹힘이 입 안을 정리해 준다.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먹는다.
면이 사라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혼밥의 장점의 한껏 발휘해 본다.
이처럼 차분히 짜장면의 깊이를 맛을 오롯이 느끼는 나만의 시간을 즐긴다.

마지막 면발까지 다 먹은 뒤,
숟가락으로 남은 자장과 양파를 야무지가 한입에 털어 넣고 마무리한다.

이건 그냥 한 끼가 아니다.
짜고, 달고, 깊은. 아주 오래된 추억 같은 거지.
캬...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만족스럽다.




어릴 적 외식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 그 드문 외식에서 짜장은 단골메뉴였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초등학교 2학년때인가 짜장 한 그릇을 형과 내가 나눠 먹었고 지금의 나보다도 훨씬 어린 어머니는 우리가 먹는 모습을 바라만 봤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그 반점의 입구, 의자, 구조, 가격, 위치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안동의 88 오락실 건너편 소방도로 내리막길 옆에 붙어 있던 '신선식당'이던가.

흔치 않은 흰색 단무지가 나왔고 짜장 한 그릇에 300원이었다.

당시 도시락 컵라면이 250원이었는데 그 가게는 300원에 짜장을 팔았다.(다른 곳은 500원 정도 했을 것이다.)


이처럼 소소하지만 짜장면에는 여러 추억이 있다.

그래서 언제나 나에겐 특별한 음식이다.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골목까지 수많은 중국집들이 아직 많음에 감사한다.

어찌 된 게 음식점들이 개성을 잃어 가고 있는 시대다.

죄다 무슨 체인화되어 특색도 없고 심하면 본사에서 만든 것들을 이것저것들이 붙고 겨우 끓여서 파는 정도다. 그런 것을 볼 때면 밀키트와 다를 바 없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패스트푸드를 제외하곤 체인점을 별로 안좋아한다.

감자탕 각종국밥 고깃집 모든 식음료는 체인사업이 점령 중이다.

한 사람이 연구하고 고집스럽게 만들어낸 창의적인 맛. 다양한 맛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물론, 수많은 장점도 존재하겠지만 때론 실망할지라도 모험심 강한 나로선 숨겨진 보석을 찾는 재미가 사라지는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게 중국집은 집합체가 되지 않았다.

'홍콩반점'이 간간이 눈에 띄지만 엄청난 수의 다양한 중국집이 있기에 괜찮다.


그래서 싸돌아치며 보아온 수많은 중국집의 모든 짜장면을 먹어보고 그 맛을 평가하고 객관화시켜

내 지역의 짜장면 로드를 써볼까 생각했었다.

생각대로 몇몇 곳은 방문해 짜장을 즐기며 간단하게 기록을 남겼지만 생각보다 더 많은 중국집이 존재했다.

가 살고 있는 지역의 짜장을 모두 먹어버리면 몸무게를 감당 못하게 되어버릴 것도 같아 계획을 접었다.

지역 최고의 짜장면을 찾아서... 짜장면 로드...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었던 걸로...

괜한 뻘짓은 하지 말자.




자장면보단 짜장면이 더 맛있는 단어라 생각되어 굳이 짜장면이라 썼다.

그런데, 찾아보니 짜장면도 이젠 표준어라고 인정했단다.

그런 것들을 보면 무언가 규정하는 누군가들의 판단이 괜히 불편하다.

순우리말이니 뭐니 과거에 얽매이고 의미를 부여하고 괜한 짓거리 속에 복잡한 뭔가를 만들어 놓고 이게 정답이야 규정하는 것이 싫다.

애초에 보편적으로 쓰인다면 단순하게 그게 표준이 되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절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라 부르지 않고 도라꾸라 부르면 그건 도라꾸인거고 그게 표준이어야 한다.

오컴의 면도날 법칙이 끄집어 나올 상황은 아니지만, 뭐든 단순하고 직관적인 게 정답이어야 하지 않을까?


굳이 굳이 모든 사람들이 '짜장면'이라 쓰고 있던걸 '자장면'이라 규정했다가

끊임없는 혼동이 생기자 짜장면도 ㅇㅈ 이 지랄.

내가 알기로는 애초에 그들이 규정하기 전에 자장면이라 쓰여 있던 메뉴판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자장 자장 우리 아가 우리 아기 잘도 잔다~♪ 자장 면은 염벌.


닭도리탕 역시 볶음 음식이 아니다.

굳이 굳이 단어에 의미를 찾고 역사를 부여하고 닭볶음탕이라 정해버린다.

아무튼 지들 맘대로 다.


아놔! 가만히 생각하니 열받네.

'사장님 여기 참이슬이랑 닭도리탕 중짜 하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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