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헬스장에선 종종 신음소리가 난다. 나는 그 신음소리를 참 좋아한다.
"후잇! 하~, 후잇! 하~".
누군가는 이런 소리를 낸다.
"가이야압! 포호~, 가이야압! 포호~"
이 외에도 아주 다양한 방식의 기이한 소리들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키가 작고 어깨가 아주 넓은 어느 헬스 트레이너의 신음 소리다. 남들보다 2배는 우렁차게 이런 소리를 낸다.
"끄이이입! 파, 끄이이이입!! 파."
나도 물론 신음 소리를 낸다. 내 신음소리는 참다 참다 끝내 터져 나오며 이런 소리를 낸다.
"하으압! 허어.., 하으압! 허어.."
내가 듣기에 내 소리는 다른 소리들에 비해 무난하다. 내가 내는 소리이기에 가장 자연스럽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이 신음 소리들은 맥락 없이 듣고 있자면 기이한 소리지만 알고 보면 패턴이 있는 소리다. 느낌표 이전의 긴 소리는 주로 근육을 수축시킬 때 내며, 느낌표 이후 짧은 소리는 수축을 끝냈거나 이완할 때 내는 소리다. 스쿼트를 상상해 보자. 앉은 상태에서 올라올 때 대퇴사두근과 엉덩이 근육이 강하게 수축되는데 이때 "가이야압!" 또는"하으압!" 소리가 난다. 수축이 끝나 똑바로 서게 되면 그제서야 "포호~" 혹은 "허어.." 하며 숨을 내뱉고 다시 내려갈 준비를 한다.
물론 모두가 매번 신음 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만약 모두가 그런 소리를 낸다면 외부에서 신고가 들어올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신음 소리를 낼까? 도저히 소리를 내지 않고서는 이 무게를 들지 못해 원판 아래 깔릴 것 같은 사람들이 낸다. 모든 성장이 그렇듯이 근육 역시 이전에 들다가 실패한 무게를 다시 한번 들어 올려 볼 때, 예전엔 8개밖에 못 들던 무게를 겨우겨우 9개까지 들어볼 때 성장한다. 이렇게 본인의 한계를 넘어서려 하는 사람들이 내는 소리다. 이 소리들은 자칫 부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부끄러움에 한계에 도달하지 않고 바벨을 내려놓는 이들은 성장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소리는 그들의 성대를 통해 나오지만, 내게는 근육들이 버텨내기 위해 내는 비명소리로 들린다.
그래서 나는 헬스장의 이 신음소리들을 참 좋아한다.
일부 여성들은 성관계 중 가끔 일부러 가짜 신음소리를 낸다는 글을 본 것 같다. 그 이유는 그 신음 소리에 스스로 흥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자로 태어난 나는 그 진실을 평생 알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헬스장에서의 신음소리를 생각해 보면, 그 말이 영 틀린 것은 아닐 거라 짐작한다. 소리를 낼 정도의 무게는 아님에도 미리 소리를 내다보면, 마치 내 한계만큼 열심히 하고 있는 듯한 뿌듯함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열심히 신음 소리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