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생명체의 삶에 영향을 주는 빛의 파장에 대해 최근에 공부했었다. 이에 관해 공부하다가 느낀 점이 있다면 검은색에 관한 것일 것이다. 여름에 강한 햇살과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는 흰색옷을 입으라고들 한다. 처음에는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지 못하고 막연히 그렇구나 하고 넘겼었다. 하지만 이번에 빛의 파장에 대해 공부하며 과학적인 이유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흰색 같은 밝은 계열의 옷은 빛을 반사하여 뜨거운 햇빛을 비교적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검은색은 다르다. 검은색은 상대적으로 빛을 모두 흡수하기 때문에 같은 햇빛을 받아도 더 더워진다. 결국 검은색은 부정적인 것도, 긍정적인 것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두 흡수하는 것이다.
이것을 한 사람에게 대입해 보았을 때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자아 없이 주변의 말에 쉽게 휩쓸리고 타인의 의견을 쉽게 수용하는, “줏대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타인에 말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주어진 정보를 식별 없이 수용하는 것은 자신에게 오는 긍정, 부정의 모든 것을 흡수하는 검은색과 다른 게 없다. 그렇기에 결국 오늘 하고 싶었던 말, 검은 옷을 입지 말자는 것은 즉 “줏대 있게 살자”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있지 내 주변, 우리 주변에는 참 다양하고 많은 사람이 존재한다. 내 또래인데도 나이에 비해 유식하고 지식의 깊이가 깊은 사람도 있고, 과묵하고 말수도 적지만 마음이 진심임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도 있다. 항상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고 쾌활한 성격을 가진 사람도 있다. 이렇게나 많고 다양한 사람 중에 나의 짝꿍이었던 한 친구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정말 나와 성격이 잘 맞고, 공부도 꽤나 열심히 하는 친구였다. 스스로 흠이 있다고 느끼는 부분은 학기가 끝나갈 때만 되면 마음을 털어놓을 친한 친구가 없다는 거 정도였다. 이 친구와 나는 알아온 시간이 많아 짝꿍이 됐을 때 시시콜콜한 얘기도 많이 하고 씁쓸한 얘기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유독 이 친구는 어떤 일이 있으면 그에 대한 부정적인 자신의 의견을 나에게 표출하며 투덜거리는 일이 잦아졌다. 충분히 불만을 표할만할 상황들이었기에 이 친구를 비방할 의도는 딱히 없지만, 처음에는 그저 그 친구의 말에 맞장구만 치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먼저 그 친구에게 주위상황에 대해 투덜거릴 때 아차 싶었다.
그렇다. 내가 바로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된 것이다.
나도 모르게 모든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던 것이다.
투덜거림의 동화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남을 미워하는 , 투덜거리는 검은 마음이 스멀스멀 새어 나와서 그곳에 잠식된 것이다. 그날, 아차 싶었던 날, 스스로 반성하며 줏대 있게 살아야겠다 등의 다짐을 했다. 남이 생각하고 사고하는 방식, 그곳에 익숙해지는 건 위험하고도 쉬운 일이다. 내 영혼이 느슨해질 때, 마음이 물렁해지고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거 같을 때 스스로 ‘내가 지금 검은 옷을 입은 건 아닌가’ 라며 성찰해 보자. 짧은 성찰이더라도 물렁해진 마음을 다시 단단히 매듭지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단단하고 곧은 사람이 되는 것만큼 멋진 일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