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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파트 구하기] 재개발·재건축의 함정

by 하이

적게 일하고 많이 벌기, 로또 당첨,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돈벼락.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로또에 당첨되는 일은 무엇일까. 부동산 청약, 그리고 그다음은 재개발 또는 재건축일테다. 1억원을 가지고 산 빌딩이 재개발 지역이 돼서 20억원이 되는 꿈. 너무나도 달콤하다.


가장 대표적인 지역이 성수동. 성수전략정비구역 부동산 대표가 비정기적으로 보내주는 매물 리스트를 살펴보면 성수1지구 7평짜리 어떤 빌라의 매매가가 20억원이다.


나도 부동산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여기저기 얼굴만 기웃기웃거리던 중, 재개발의 꿈을 꾼 적이 있다. 남성역 역세권활성화 사업 구역을 묶인 곳이다. 재개발이라고 하면 기반시설이 열약한 노후 빌라 등이 밀집한 지역 내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새로운 아파트로 재탄생시키는 사업을 의미한다. 낡은 아파트를 새 아파트로 다시 짓는 재건축과는 차이가 있다.


내가 추천받은 매물이 특히 매력 있었던 건 지어진 지 5년 정도밖에 안 되는 신축 빌라인데, 그 구역 다른 낡은 빌라들과 함께 묶여서 재개발 대상이 됐다는 점이었다. 보통 재건축 매물은 보통 40~50년 된 녹물 나오는 아파트인데, 이건 신축 빌라라니. 너무나도 솔깃했다.


걸리는 부분은 다소 비싸다는 점이었다. 분명 3억 원 이하 가격이었던 게 역세권활성화 구역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면서 점점 높아지더니, 통상적으로 3년 정도 필요한 정비구역 지정이 사업 추진 1년 6개월 만에 통과되면서 매매가가 7억7천까지 올랐다. 정말로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건지를 확인받고자 구청 내 담당자한테까지 전화해봤다.


의심과 걱정이 정말 많은 편인데도 마침 2024년 연차 소진을 위해 휴가를 연속으로 쓴 시기와 겹치면서 나의 추진력은 배가 됐다. 매매하려고 전셋집도 내놨다.


그러다 문득 부동산 컨설턴트에게 우리의 결정이 괜찮은지를 돈 내고라도 물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에게서 '재개발은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하는 투자방법'이라는 얘기를 듣고 정신을 차렸었다.


재개발 재건축의 꿈. 손에 닿을 듯 달콤하지만 실상은 최대 50년 이상도 기다려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부모님도 재개발 구역을 매매한 뒤 거의 즉각 철거를 했음에도 신축 입주까지 20년이 걸렸다. 부동산 익명 단톡방 내 어떤 사람은 부동산에서 재건축 5년 정도 걸릴 거라는 말을 듣고 들어갔다가 15년을 기다렸다고도 한다.


물론 신혼 때 몸테크를 하고 아이가 생기고는 다른 전셋집을 구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통상 재개발 재건축 매물은 매매가는 비싸도 전세가는 매우 매우 저렴하다. 위에서 서술한 성동1지구 7평짜리 빌라도 전세가가 7천만원이었다. 다른 전셋집을 구하려면 그냥 내가 그 전셋값만큼의 현금이 필요하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초보자는 우선 실거주 아파트부터 접근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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