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전주에서 50대 손님이 올라오세요. 13억8천이면 바로 매수한대요. 그분이 계약하면 이제 매물 없어요"
"대전에서 올라온 분이 다른 부동산 통해서 10억8천에 걸어놨어요. 근데 매도자 분이 저희 부동산이랑 인연이 깊어서 의리 지켜주신다고 저희 고객이 매수할 의사만 있으면 저희 고객에게 판다고 해요. 오늘 안으로 정해달래요"
지금 바로 구매하지 않으면 품절이라며 시청자들을 전화기 앞으로 가게 만드는 홈쇼핑 속 멘트처럼, 부린이들을 현혹하기 위해 부동산에서 흔히 하는 말이다. 이런 말에 속아 비싼 값에 급하게 부동산을 매수하면 안 된다는 점을 차치하고. 전주에서까지 서울 아파트를 보러 온다니. 서울 대학을 다니는 자녀를 위한 매수도 아니고 실거주가 아닌 갭투자였다.
고모가 사는 전라남도 광주는 미분양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서울에서는 없어서 못 가는 신축 단지들이 텅텅 비어있단다. 광주에서 취직해 이미 터를 잡은 고모지만, 내 집마련을 굳이 하지 않고 전세로만 이사를 다니는 이유기도 하다. 고모는 최근 부동산 스터디 모임을 들어갔다고 한다. 광주에서는 전세나 월세로만 살고 서울 아파트를 마련하기 위한 공부라고 했다.
젊은 사람들이 취업할 직장이 없다는 지방이지만, 거기에도 현금이 여유로운 부자들이 있다. 지방에 영업 터를 잡은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부터 사업가까지. 거기다 서울만큼 월세나 물가가 비싼 것도 아니니, 현금 여유가 더욱 넘친다. 지방에서 법무법인을 다녔던 한 지인은 40평짜리 으리으리한 집에 3억대 전세로 살면서 자동차에 돈을 팍팍 쓴다.
현금부자인 그들은 은행이나 증권사 등 어느 금융사를 가도 초고액자산가, VVIP다. 그만큼 정보에 빠르다. 그런 그들이 넘치는 현금을 들고 서울로 올라오고 있다. 앞으로 더욱 심해질 서울과 그 외 지역 집값의 양극화를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