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 가려져있는 꿈을 한 꺼풀 들춰내보기
꿈은 너무나도 현실과 멀어서
꿈은 직업이라는 겉꺼풀을 들춰내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바람이 분다>는 전쟁용 전투기인 제로센을 만든 실존인물을 배경으로 한 지로에 대한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 지로는 전쟁용 전투기를 제작한 사람이라는 특수성이 배제되고 단지 꿈을 이루는 한 사람으로 기록되었다. 또 여자주인공인 나호코와의 사랑, 멜로적인 요소를 부각함으로써 전쟁과 지진이라는 주요 배경이 흐릿하게 지워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많은 평론가들이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나는 미야자기 하야오 감독이 집중한 부분이 무엇인지, 왜 이런 작품을 만들었을지 상상해 보았다.
일단 첫 번째로 폐병에 걸려 결국 죽고 마는 나호코를 통해 감독은 어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작품의 배경인 안동 대지진과, 태평양 전쟁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시대의 어려움과 비슷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바람이 분다>가 기획되고 있을 당시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기에 더더욱 감독은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 아닐까. 지진, 경제 불황 등 어떤 어려움에도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주목한 점은 두 번째 점이다. 바로 꿈은 현실과 너무 멀다는 점이다. 다른 말로는 꿈을 좌절시키는 현실적인 요소다.
꿈이란 무엇일까.
어렸을 때 내가 꾸었던 꿈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내가 가진 꿈들은 피아니스트, 외교관, 한의사, 대통령등 대체적으로 허무맹랑한 것들이었다. 사실 꿈을 써서 학교에 제출하거나 또는 내 책상 앞에 붙여놓을 때에 나 조차도 이 꿈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저 '꿈은 원래 크게 꾸는 거야'로 치부하며 그냥 써 붙여 놓았다. 꿈은 원래 실현하기 어려우니까. 또 내 꿈이 회사원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어렸을 적 나에게 꿈은 그냥 보기 좋은 장난이었다.
그러한 꿈의 현실적인 요소, 즉 '꿈은 모두가 이루는 것이 아니다.', '꿈을 이루려면 엄청난 노력과 고통이 필요하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재능과 운도 따라줘야 한다.' 등 때문에 우리는 점점 꿈이라는 것을 경시하고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그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줬다고 생각한다. 꿈을 갖는 방법과 또 꿈을 이뤄내는 현실적인 방법, 그리고 당신도 꿈을 가질 수 있다는 그러한 것들에 대해.
<바람이 분다>는 지로가 어렸을 때부터 시작해서 지로의 인생에 대해 전반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일단 한 인물의 인생을 그렇게나 길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지로라는 인물에 집중해서 봐줬으면 하는 의도가 느껴졌다.
지로는 어렸을 적 비행기 조종사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만든 작은 비행기를 타고 날다가 독일군이 발포한 폭격물에 의해 휘말려 땅으로 추락한다. 그때 주목되었던 점은 지로의 나쁜 눈이다.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던 탓에 상황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바로 추락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 나쁜 눈 때문에 지로는 비행기 조종사의 꿈을 포기해야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우리의 모습과 같다. 현실과 괴리가 있는 꿈을 포기해버리고 마는 모습이다.
하지만 지로는 방향을 바꾼다. 비행기 조종사가 될 수없다면 비행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지로는 미쓰비씨 상사에 취업하고 전쟁의 주 무기였던 제로센을 만들어 내는 것에 성공한다. 물론 이 대목이 굉장한 견해들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그래도 나는 이 부분에 주목하기로 했다. 비행기를 좋아하는 마음을 굽히지 않고 꿈의 현실적인 요소에 무릎 꿇지 않은 채 결국 꿈을 이뤄낸 지로다.
우리가 생각하는 꿈은 보통 직업이 되는 경우가 많다. 축구선수, 피아니스트, 의사, 외교관... 하지만 꿈을 직업으로 단정 짓지 말고 우리가 좋아하는 것으로 포괄적으로 넓혀 생각한다면? 꿈을 현실과 타협하여 변화시킬지언정 꿈을 버리지 않는다면?
비행기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과 타협해 비행기를 만드는 사람으로 꿈을 바꾼 지로처럼. 그럼 우리는 꿈은 어차피 이루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며 쉽게 포기해 버릴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꿈은 남들이 생각하는 모양으로만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틀로 찍어낼 수도 있는 것이니까. 그리하여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성립되는 것이 아닐까.
지로가 결국 꿈을 이루는 장면은 회사를 다니면서 다른 꿈을 간직하고 있는 내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작가가 안되면 어쩔쏘냐. 작가라는 직업에 가려져 있는 글에 집중하는 거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보는 거다. 그럼 나는 꿈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수 있고, 꿈을 계속해서 품을 수 있다.
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