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일지_여행자의 마음

ep1. 오사카의 월요일 출근길 풍경

by 황태

지난주 토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오사카-고베 여행을 다녀왔다. 너무 재밌게 놀고 온 탓인지, 아니면 회사에 복귀하자마자 나를 괴롭히는 여러 연락들 탓인지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몰려왔다.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인지 억하심정 마저 들었다.


이게 아닌데, 분명 나는 일상에 완벽히 복귀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여행의 후폭풍 없이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월요일 아침, 카페에 앉아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표정을 보았다. 월요일 출근길 위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죽상이었다. 그 사람들이 너무 공감이 가면서도 나는 그 사이에서 여행자의 신분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짜릿했다. 동시에 다들 단정하게 차려입고 각자의 전문성을 뽐내며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나도 빨리 일상에, 출근길에 복귀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 사람들의 일상을 보며 나의 일상을 그리워하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나 스스로가 너무 대견했다.


하지만 오늘 회사에 출근하고 나서 그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 스스로 돌아오고 싶었던 일상이 아니었냐고 계속해서 자문했지만 속절없이 불행한 마음속으로 빠져들었다. 마침 회사에 돌아오자마자 골머리 아픈 일들도 들어왔다. 나의 일마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것일까.


심지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매너리즘도 같이 온 것인지 너무 일이 지겹고 하기가 싫어서 마음속에 접어 놓았던 대전행을 다시 꺼내보았다. 구인사이트에 지원할 만한 대전 회사가 없는지 계속해서 스크롤을 내렸다.


도망친 곳에 내 자리는 없다지만 너무나 도망치고 싶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월요일 아침 오사카의 출근길 위에 서보았다. 여행자의 여유로운 마음으로 찬찬히 그들을 둘러보았다. 각자 직업에 맞는 옷을 차려입고, 각자가 살고 있는 집에서 나와, 각자 속해있는 회사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오사카라는 지역에 소속된 사람들이었다. 그 소속감이 이곳이 자신들의 일상 속이라는 자연스러움이 나를 그 풍경 속에서 이방인으로 만들었다. 이방인인 나만 멈춘 채 흘러가고 있는 고베의 시간 속에서 나는 나의 일상을 떠올렸던 것이다. 나는 나를 소속하게 하는 것들을 그리워했던 것 같다.


그랬던 내가 일상에 복귀하자마자 느낀 불행감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단지 여행이 끝났기 때문에? 일하기 싫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평소 받았던 스트레스에 대한 역치가 낮아진 상태여서 그랬던 것 같다. 무의식적으로 체념하고 묵인하던 그 스트레스를 평소처럼 받아들일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주민으로 살다가 이방인이 되었던 사람이 다시 주민이 되려면 적응기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도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스트레스에 취약해진 채 도망치리라 다짐해야 할까. 아니면 여행을 다녀오지 말아야 할까.


다시 월요일 아침 오사카의 출근길 위에 섰던 나를 떠올린다. 그때 내가 가진 여유로운 여행자의 마음을 상기한다. 이곳에 소속되려 애쓸 것도 없고, 매어있어야 한다고 다짐할 필요도 없이 그저 언제든 훌훌 떠나버릴 수 있다는 미련 없는 여행자의 마음으로 이 자리에 앉아보면 어떨까. 본능적으로 소속감을 갈구하고 소속되어있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주민의 마음이 아니라, 자유롭고 너그러운 그저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겠다는 여행자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본다면 어떨까.


하나 같이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걸어가던 오사카의 직장인들 속 유유히 웃고 있던 나의 얼굴을 떠올린다.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여의도역에 서있던 나의 얼굴을 갈아 끼운다. 소속되려 애쓰지 말자. 불안해하지도 말자. 여행을 일탈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여행과 일상을 혼돈해 보자.


나는 국적과 상관 없이 그냥 나이고,

나의 소속에 의해 타의로 일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의에 의해 이 자리에 있으며,

이 삶은 내가 직조한 것이다.

마치 여행계획에 맞춰 살아나가는 하루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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